‘전열 정비’ 끝낸 유통가, 10년 만에 ‘10원 전쟁’ 재현되나

뉴스1

입력 2021-04-12 17:47 수정 2021-04-1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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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의 최저가격 보상적립© 뉴스1
(자료제공=쿠팡)© 뉴스1

유통업계가 전열 정비를 끝내고 최저가 경쟁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뉴욕증시 상장으로 실탄을 확보한 쿠팡이 무료배송 카드를 꺼내자 이마트와 마켓컬리가 ‘최저가 보상제’로 맞불을 놨다. 여기에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최저가 경쟁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쩐의 전쟁’이 전방위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단기적 이익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고객을 뺏기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일제히 최저가 경쟁에 나서면서 납품업체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원이라도 경쟁사보다 더 싸게 팔기 위해 ‘단가 인하’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쿠팡 무료배송 이어 이마트·컬리는 ‘최저가’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8일 경쟁사보다 비싼 제품이 있다면 차액을 돌려주는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를 시작했다.

이마트는 주류·신선식품·PB(자체 브랜드)를 제외한 생수·과자·라면·가정간편식·생활용품 등 제품군 500개로 품목을 결정했다. 그동안 매장 리뉴얼과 그로서리(신선식품)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본질적인 경쟁력인 ‘가격’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가격 비교 대상을 쿠팡·롯데마트·홈플러스라고 명시해 정면 대결까지 선포했다.

업계에선 쿠팡이 무료배송을 전격적으로 시행하자 이마트가 반격 카드로 최저가를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뉴욕 증시 상장으로 5조원이란 실탄을 마련한 쿠팡은 모든 회원에게 로켓배송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월 회비 2900원를 내야 혜택을 받았다. 쿠팡이 이벤트 기간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단기간에 끝내지는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쿠팡과 마찬가지로 미국 상장을 준비하는 마켓컬리 역시 칼을 빼 들었다. 신선식품 중심으로 약 60개 상품을 1년 내내 가장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EDLP(Every Day Low Price) 정책을 시작했다. 신선식품에 특화한 마켓컬리 장점을 활용해 고객을 경쟁사에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상반기 내엔 롤휴지와 미용티슈 등 리빙 제품을 온라인 최저가 행사에 포함할 예정이다.

경쟁사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존에 꾸준하게 진행한 행사로 고객을 확보한다는 전략이지만 경쟁사의 공격적인 행보에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일단 롯데마트는 최저가 보상과 비슷한 전략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0년 전 대형마트 3사가 펼친 10원 싸움이 재현되고 있다”며 “한번 고객을 놓치면 회복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고 말했다.

◇ 손해 크지 않은 마케팅 vs 출혈경쟁 시작

이마트와 마켓컬리는 경쟁사보다 비싼 제품의 경우 소비자 가격을 낮추기로 하면서 유통업체간 출혈 경쟁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생활필수품 특성상 10원 단위로 이익과 손익이 갈리지는 탓에 ‘제살깎아먹기’ 마케팅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 쿠팡과 마켓컬리는 외형 확대에도 수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흑자 전환이 더 멀어질 수 있다.

일부에선 유통업체의 손해가 크지 않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마트의 경우 오프라인에서만 사용 가능한 ‘e머니’로 차액을 돌려주고 있다. e머니를 사용하기 위해선 30일 이내에 이마트를 다시 찾아야 한다. 즉 매출을 더 늘릴 수 있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는 셈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몇백원을 쓰기 위해 이마트를 꼭 찾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며 “최저가 보상은 투자금 대비 확실한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제조사에 납품가 인하 압박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조사는 바잉파워(구매력)가 높은 유통업체의 행사 동참 요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몇몇 기업은 온라인 유통사의 납품가 후려치기에 반기를 들고 공급을 거부하기도 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할인행사를 진행할 경우 유통사와 제조사간 합의를 통해 최종 공급가를 인하한다”며 “이번 최저가 행사는 종료 시점이 정해지지 않아 추후 강압적인 공급가 인하 요구가 나올 수 있어 우려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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