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백악관 주도 ‘반도체 회의’ 나설 삼성…대응 방안 고심 거듭

뉴스1

입력 2021-04-11 13:05 수정 2021-04-1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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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에 있는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전경/뉴스1 © News1

백악관이 오는 12일(현지시간) 개최하는 ‘반도체 CEO 서밋’에 초대된 삼성전자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대만 TSMC와 함께 아시아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도 어떤 형태로든 대응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여전히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면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칫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안보’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동행할 경우 매출 비중이 높고 현지 사업도 활발하게 전개 중인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도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백악관이 현지시간으로 오는 12일 오후 화상 방식으로 진행할 반도체 관련 회의에 참석하는 19개 기업 명단에 국내기업 중 유일하게 포함됐다.

백악관이 ‘반도체 CEO 서밋’(CEO Summit on Semiconductor)이라고 명명한 이날 회의에는 삼성전자 외에도 통신, IT, 완성차, 항공우주, 의료기기 등 다양한 업체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특히 대형 반도체 기업으로는 미국에서는 인텔, 마이크론, 글로벌파운드리가 참여하고 미국 외 기업 중에서는 대만 TSMC와 네덜란드의 NXP, 우리나라의 삼성전자가 동석한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참석하는 데다가 코로나19 상황까지 고려해 회의는 화상(virtual) 방식으로 진행된다. 삼성전자는 아직 누가 참석할지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소속의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의 참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는 명목상 이번 회의의 주제가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이라 반도체 위탁생산을 전담하는 파운드리사업부의 수장이 담당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란 판단에서다.

반도체 업계에선 국내 기업 중에서 유일하게 참석하는 삼성전자가 회의 종료 이후 어떤 ‘리액션’을 내놓을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애초에 백악관이 회의를 소집한 목적에 맞춰 삼성전자가 일부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을 통한 차량용 반도체 증산 계획을 발표하지 않겠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발 나아가 삼성전자가 최근 고민해왔던 미국내 파운드리 신규 공장 투자와 관련한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회의를 전후로 삼성전자가 미국 연방정부 혹은 일부 주정부와 협상을 통해 상당한 인센티브를 이끌어내고 이를 토대로 최종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신규 파운드리 공장 투자 규모가 대략 최소 150억달러(약 17조원)에서 최대 200억달러(약 22조4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가 이미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파운드리 공장을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어서 해외에 파운드리 신규 투자를 할 경우에 미국이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돼왔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백악관 회의에 참석한 이후에 신규 투자와 같은 방식으로 화답할 경우, 이를 지켜보는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함께 ‘G2’로 불리는 중국은 삼성전자 입장에서 중요한 시장으로 꼽힌다.

특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중국의 매출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전체 중국 매출은 약 37조806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16%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시안에 해외 유일 메모리 공장으로서 낸드플래시 팹을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무역분쟁’을 벌여온 중국 입장에선 삼성전자가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행보에 동조하려는 움직임을 불편하게 느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백악관에서의 반도체 회의를 주재하는 담당자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안보’와 직결된 이슈로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도 무역분쟁을 벌여왔던 미국이 반도체 공급부족을 계기로 자신들을 배제한 채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에 삼성전자가 동조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길 것이란 설명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 이번 회의를 안보 및 현지 일자리 확대 등의 이슈와 연결시킨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에 기대하는 것도 결국 투자 보따리일 것”이라며 “주요 국가에서 러브콜이 쏟아지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의사결정이 어떻게 내려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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