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전 충청 반촌의 느긋함… 장군의 숨결 느끼는 여행

지명훈 기자

입력 2021-04-12 03:00 수정 2021-04-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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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봄, 충청으로 GO!]충남 아산
‘백의종군길’ 걸으며 심신 치유
외암민속마을선 조상의 지혜 배워
국악공연-추수 등 민속문화체험도


16세기 충청 양반마을의 모습을 간직한 아산외암민속마을.

행여나 인생에서 혹독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충남 아산의 백의종군로를 걸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훌쩍 떠나보고 싶다면 외암민속마을에 들러보길 바란다. ‘약동’의 도시 충남 아산에는 이처럼 성찰의 오솔길 같은 관광지들이 있다.


고뇌의 이순신 백의종군길


백의종군로는 삼도수군통제사에서 파직돼 도원수 권율 휘하의 ‘백의종군’ 처분을 받은 충무공이 1597년 4월 1일부터 두 달간 걸었던 서울∼경기∼충청∼전북∼전남∼경남 진주의 530km 구간을 말한다. 이 가운데 이순신이 성장했던 아산시 구간은 염치읍, 음봉면, 둔포면, 인주면을 지나는 49km다.

시는 이 가운데 지난해 ‘효의 길’ 구간을 완성한 데 이어 올해 말까지 제1, 3구간(백의종군 오신 길, 가신 길)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효의 길은 현충사에서 인주면 해암리 게바위까지 이어지는 약 15km 구간이다. 아들을 만나기 위해 여수에서 배를 타고 오시는 어머님을 만나러 이순신이 본가(현충사)에서 인주 해암리 게바위나루로 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옛길을 따라 만들었다.

이때는 영웅에게 가장 힘든 시기였다. 오랜 만에 집과 선산이 있는 아산에 왔으나 죄인의 몸이었고 그토록 그리던 어머님은 자신을 만나러 오는 배 안에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시는 백의종군길 곳곳에 난중일기의 내용을 담은 이야기 표지석을 날짜별로 설치해 장군의 애타는 심정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문득 과거로 떠나는 외암민속마을


아산시 송악면에 위치한 ‘아산 외암민속마을’은 16세기 중반 예안 이씨 종족마을로 전형적인 반촌(班村·양반마을)이다. 충청도 고유의 전통양식인 반가(班家)를 중심으로 아담한 돌담이 둘러진 초가집과 물레방아가 반긴다.

대종가와 소종가를 비롯해 정려, 신도비, 정자, 선산, 서원, 풍수적 경관이 옹기종기 앉았다. 2000년 1월 6일 지정된 외암마을(국가민속문화재 제236호)과 참판댁(국가민속문화재 제195호) 및 건재고택(국가민속문화재 제233호), 아산연엽주(충남도 무형문화재 제11호) 등의 문화재가 있다.

영암군수를 지낸 이상익이 1869년(고종 6)에 지은 건재고택은 조상의 지혜를 엿보게 한다. 설화산 계곡의 물을 집 안으로 끌어 들여 물에 비친 풍관을 연출하고 불에 취약한 목조건축의 화재 대비도 했다.

장승제는 외암마을의 대표적인 공동 의례다. 장인에게 의뢰해 만든 남녀 한 쌍의 장승에게는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라는 글씨가 새겨진다. 짚풀문화제는 자연과 함께 살아온 우리 조상의 삶과 슬기를 배우게 하기 위해 2000년 시작했다. 국악 공연과 짚풀(짚신, 이엉엮기 등), 추수(벼베기 등), 공방(장승만들기, 연만들기 등) 체험 등 다채로운 전통민속문화체험이 마련된다. 고구마 캐기, 천연염색 하기, 고추장만들기, 손두부 만들기, 강정 만들기 같은 가벼운 체험도 할 수 있다.

오세현 아산시장은 “백의종군길과 외암민속마을은 아름답고 역사적 의미도 큰 아산의 보물”이라면서 “코로나19 여파로 아직 여행에 조심스러운 시기는 하지만, 밀폐·밀집 우려가 없는 백의종군길과 외암민속마을을 걸으면서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에 치유의 시간을 주시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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