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족 현대차, 그랜저-쏘나타 생산 멈춘다

이상훈 기자 , 곽도영 기자 , 세종=주애진 기자

입력 2021-04-10 03:00 수정 2021-04-10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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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덮친 ‘반도체 대란’]
아산공장 12, 13일 이틀 가동 중단… 울산3공장도 10일 특근 않기로
반도체協, 투자비 세액공제 등 건의… 정부 “K-반도체 벨트 전략 수립”
수급난 구체적 대책 안보여


현대자동차가 반도체가 부족해 아산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아산공장은 현대차 주력 차종인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한다. 며칠 안에 반도체 수급난 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현대차의 다른 공장도 순차적으로 멈춰 설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는 12, 13일 차량용 반도체 등 전장시스템 전반을 제어하는 ‘파워 컨트롤 유닛(PCU)’이 부족해 아산공장 가동을 멈춘다고 9일 밝혔다. 울산3공장(아반떼 생산)은 반도체 부족으로 10일 특근을 하지 않는다.

현대차는 이틀간 공장을 세우는 대신 직원 교육을 시키고 임금은 전액 지급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틀간 가동 중단 이후에도 반도체 수급난이 해결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가동 중단은 더 길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수급난 충격이 현실화되면서 정부도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9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장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반도체협회는 이날 정부에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한 산업계 대(對)정부 건의문’을 제출했다. 건의문에는 △반도체 연구개발 및 제조설비 투자비용의 최대 50% 세액공제 △각종 인허가 및 전력 공급 등 인프라 관련 공공지원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신설 및 증원 등을 담았다.

정부는 간담회 건의사항을 반영해서 조만간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K-반도체 벨트 전략’을 수립해 발표하기로 했다. 성 장관은 간담회에서 “정부 차원에서도 한국을 세계 최고의 첨단 반도체 제조의 글로벌 공장으로 조성하고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단기적인 반도체 수급난 해결을 위한 대책은 깊이 있게 논의되지 않았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대만 정부 및 TSMC 등에 앞다투어 반도체 공급 요청을 강하게 해 왔지만 한국 정부는 주대만대표부와 KOTRA 차원에서 형식적인 요청만 했을 뿐 산업 당국 차원에서는 이렇다 할 대책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자동차 및 반도체 기업들이 ‘각자도생’으로 해결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선진국들은 연초부터 일찌감치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가장 전폭적 육성 정책을 펴는 미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2024년까지 투자비의 40% 수준을 세액공제하고 반도체 인프라 및 연구개발(R&D)에 228억 달러 규모의 자금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산업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인텔은 정부 정책에 발맞춰 200억 달러(약 23조 원)를 들여 신규 파운드리 생산 공장 두 곳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EU도 유럽 내에 반도체 공급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달 EU 집행위원회는 “10년간 유럽의 디지털 산업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발표하며 2030년까지 EU의 글로벌 반도체 생산량 점유율을 최소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반도체 산업 패러다임과 미래 세미나’에서 “한국도 전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역할이 위축되지 않도록 민관이 협력하고 다양한 지원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sanghun@donga.com·곽도영 / 세종=주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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