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날리는 ‘나이스샷’… “테니스 치면 30초에 한 번씩 짜릿”

김상훈 기자

입력 2021-04-10 03:00:00 수정 2021-04-10 07:5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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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이광웅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이광웅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화한 이후 테니스에 입문했다. 이후 체중 감량, 근육량 증가, 피로 해소 등을 몸으로 체험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서울대병원 테니스 코트에서 테니스를 즐기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광웅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54)는 2019년까지만 해도 1년에 100∼150일을 외국에서 지냈다. 병원의 국제사업본부장을 맡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에서 병원 위탁 운영 책임자로 일했다. 이 교수는 해외에서도 찾는 간이식 분야 베스트 닥터다. 카자흐스탄과 조지아, 미얀마 등을 여러 차례 다녔다. 카자흐스탄에서는 매년 10건 이상의 수술을 시행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졌다. 해외 프로젝트와 원정 수술이 모두 취소됐다. 쿠웨이트에서는 병원 건물이 완공됐지만 의료인을 채용하고 교육시키는 이 교수팀의 업무가 중단되는 바람에 개원이 무기한 연기됐다.

갑자기 모든 게 사라진 느낌이었다. 이 교수는 활력을 잃고 무기력해졌다. 일에 집중이 안 되고 짜증이 치밀어오를 때가 종종 있었다. 술을 마셔도 별로 유쾌하지 않았다. 수술실에서도 팀원들에게 고압적으로 변했다. 그런 자신에게 짜증이 났다. 폭발할 것 같은 상황의 연속. 그러다가 돌파구가 생겼다. 테니스였다.

●테니스로 코로나 우울감 날려

이광웅 교수가 체력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실에서 실내용 자전거를 타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운동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9월 말에 동료 교수가 테니스를 권한 게 계기가 됐다. 처음엔 망설였다. 그 동료 교수가 “라켓은 휘두를 줄 아나?” “공이나 제대로 맞히겠어?”라고 농담한 게 이 교수를 자극했다. 은근히 승부욕이 발동했다.


사실 이 교수는 중학교에 다닐 때 테니스 선수를 했다. ‘덕분에 헛스윙은 별로 하지 않았다. 의외로 공이 잘 맞았다. 금세 빠져들었다. 병원 교수와 직원들이 만든 테니스 동호회에도 가입했다.

이 교수는 동호회 활동을 시작한 뒤론 매일 오전 5시 15분에 일어난다. 가방에 운동복을 챙겨 넣고 오전 5시 40분 버스를 탄다. 오전 6시 10분부터 8시까지 거의 2시간 동안 테니스를 한다. 이 생활 패턴은 비가 와 테니스를 할 수 없을 때가 아니라면 완벽하게 지킨다. 눈이 쌓이면 눈을 치우고 얼어붙은 공을 난로에 녹인 후 테니스를 한다. 특별한 약속이 없다면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이 패턴을 지킨다.

이 교수는 상당히 시끄러운 플레이어다. “나이스!” “아싸” 하며 괴성에 가까운 추임새를 끊임없이 넣는다. 동료들이 “네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라고 할 정도다. 이 교수는 “이렇게 해야 스트레스가 확 날아간다. 쾌감이 증폭되는데, 조용조용 플레이할 이유가 있나”라며 웃었다.

●육체와 정신 모두에 나타난 긍정적 변화

테니스에 빠져든 지 6개월이 넘었다.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이 교수는 주저하지 않고 “일단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 교수는 전에도 수영이나 골프 같은 운동을 가끔 즐겼다. 그 운동과 비교해도 테니스는 확실히 강점이 더 많단다. 이 교수는 “공을 잘 치면 짜릿한 기분이 든다. 골프는 10∼20분마다 그런 순간이 오는데 테니스는 30초에 한 번은 온다. 골프가 재미없어졌다”라고 말했다.

신체적 변화도 많았다. 일단 체중이 확 줄었다. 테니스를 시작하기 전 이 교수의 체중은 82∼84㎏이었다. 현재는 76∼77㎏이란다. 따로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도 최대 7kg을 감량한 셈이다. 허벅지에 단단한 근육도 생겼다. 뱃살은 쏙 빠졌고 대신 희미하게나마 임금 왕(王)자가 생겨났다. 이 교수는 “피부까지 좋아졌다. 주변에서 젊어졌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몸만 달라진 게 아니다. 이 교수는 “더 중요한 것은 정신 건강이 개선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운동하기 전에는 종일 피곤할 때가 많았다. 지금은 피로를 거의 느끼지 않는다. 심지어 머리가 맑아졌다. 이런 심적 상태는 수술에 임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이 교수는 간이식 수술을 많이 한다. 수술 시간이 3∼4시간이나 걸리며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예전에는 수술 도중에 짜증을 내거나 언성을 높일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수술실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최근엔 이런 일이 거의 없다. 체력이 좋아진 덕에 긴 수술이 덜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있으니 동료들에게 언성을 높일 생각이 들지 않더란다. 이 교수는 “팀원들이 앞으로도 테니스를 오래 하라고 농담할 정도”라고 말했다.

●운동 더 잘하고 싶어 건강관리도 열심히

테니스를 시작한 초기에는 공을 받아넘기기에 바빴다. 열심히 뛰어다녔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기술이 부족한 게 이유겠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너무나 약해진 체력이었다.

운동을 더 잘하고 싶었기에 체력을 강화하는 운동을 병행했다. 그러나 별도 시간을 내 헬스장에 갈 시간은 없었다. 이 교수는 인터넷을 뒤져 저렴한 실내용 자전거를 샀다. 3개월 이상 자전거를 탔더니 무릎도 강해졌다. 처음 테니스를 시작할 때 나타났던 무릎 통증도 사라졌다.

요새 이 교수는 테니스 예찬론자가 됐다. 이 교수는 미국의 의료 전문 비영리단체인 텍사스메디컬협회(TMA)의 지난해 발표를 인용하며 “테니스는 네트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운동하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매우 적다”고 말했다.

TMA는 총 37개의 활동을 감염 위험도에 따라 9등급으로 나눴다. 감염도가 가장 낮은 활동이 1등급, 가장 높은 활동이 9등급이다. 이에 따르면 테니스는 2등급으로 모든 스포츠 종목 중에 위험도가 가장 낮은 등급으로 나타났다. 식당에서 음식을 사 갖고 나오는 활동,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활동이 2등급으로 분류됐다.


운동 전후 꼭 스트레칭하고 팔꿈치 통증 생기면 강도 낮춰야
라켓 잡기 전 조언 한마디

모든 운동이 그렇듯이 테니스 또한 ‘시작’이 가장 어렵다. 이광웅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도 그토록 많이 병원 테니스장 주변을 다녔지만 ‘테니스는 나와 무관한 운동’이라 여겼다. 퇴근 후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만 생각했지 오전 일찍 해 보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것이다. 이 교수는 “정신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마음을 새로 먹고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테니스를 시작했다고 해도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곧 피로감이라는 장애물을 만난다. 이 교수도 처음 2∼3주 동안은 상당히 피곤했다. 피로는 시간이 흐르면서 줄었지만 그래도 한 달 정도는 지속된다.

통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 교수의 경우 ‘테니스 엘보’라 부르는 팔꿈치 통증이 나타났다. 수술 도구를 꽉 쥐지 못할 정도였다. 진통제 작용을 하는 패치를 붙이거나 통증을 차단해주는 벨트를 팔뚝에 착용했다. 이 벨트를 착용하면 팔꿈치에 힘이 덜 들어가기 때문에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대체로 한 달이 지나면 운동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다만 하체 근력이 약하면 그 이후로도 무릎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교수 또한 무릎 관절 위쪽 근육에 통증이 생겼다. 이는 운동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통증이 아주 경미하다면 강도를 낮춰 운동을 계속하는 게 좋다. 다만 통증이 심하다면 골절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에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자전거 타기 등을 통해 하체 근육을 키울 것을 이 교수는 권장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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