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 “민간재건축 규제완화 의지”… 洪은 “공공주도 정책 변화없다”

세종=주애진 기자 , 이새샘 기자 , 강승현 기자

입력 2021-04-09 03:00 수정 2021-04-0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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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선 후폭풍]서울시-정부 ‘부동산 충돌’ 예고
吳 “취임 1주일내 안전진단 착수…뉴타운 재지정 요건 완화” 공약
洪, 공공주도 정책 변화 선긋기…엇박자 커지면 시장혼란 우려


8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외벽에 재건축 조합 창립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날 취임하며 재건축 사업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의 취임 첫날인 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택 공급은 지방자치단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건 서울시의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이날 “재건축·재개발 일주일 안에 풀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의지”라고 답했다. 앞서 오 시장은 선거운동 기간 “취임 일주일 안으로 주요 재건축 단지에 대한 안전진단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공공 주도 주택 공급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중앙정부와 정책 충돌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5년간 36만 채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 내 주거용 건물을 35층으로 제한하는 ‘35층 룰’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박원순 전 시장이 해제한 뉴타운에 대해선 재지정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모두 재건축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공약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홍 부총리는 이날 “정책 기조 변화는 없다”며 시장의 지나친 기대에 선을 그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 주도 개발은 후보지 선정부터 각종 인허가 과정에서 서울시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서울시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큰 틀에서는 큰 차질 없이 추진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하지만 민간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커지면 공공 주도 사업의 힘이 빠지기 쉽다. 민간 규제가 완화되면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이 공공 주도 사업에 참여할 유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오 시장이 뉴타운 등 과거 재임 시절 개발사업을 부활시키는 등 ‘오세훈표 개발사업’을 추진할 경우 정부의 공공 주도 공급과 오 시장의 정책이 정면충돌하는 모양새가 펼쳐질 수 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에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뉴타운 사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중앙정부가 공공 주도의 서울 강북지역 광역 개발을 염두에 둔 도시구조개발 특별법을 추진하며 혼란을 빚은 적이 있다.

민간 재건축 과정에선 안전진단 등을 놓고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자체 소관인 1, 2차 안전진단이 통과돼도 조건부 재건축(D등급) 판정을 받으면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적정성 검토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사실상 중앙정부가 안전진단 단계에서 재건축에 제동을 걸 여지가 있는 셈이다.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주공, 송파구 올림픽선수촌아파트 등 서울에서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대다수 단지들이 이 안전진단 단계에 머물러 있다.

조합이 설립돼 본궤도에 오른 단지들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사업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중 재초환은 중앙정부 소관이고, 분상제의 경우 대상 지역 지정은 중앙정부가 한다. 지자체가 용적률, 층수 규제 완화로 수익성을 높여주더라도 재초환이나 분상제 절차가 유지되는 한 원활한 사업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등 각종 부동산 정책에서 정부와 서울시가 엇박자를 내면 시장의 혼란만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주도권이 공공에 있느냐, 민간에 있느냐를 따지다 보면 오히려 공급 자체가 막히는 부작용만 발생할 것”이라며 “재개발·재건축으로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모두 공감하는 만큼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세종=주애진 jaj@donga.com / 이새샘·강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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