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지’ 늘었다…공공재건축 후보 단지 “민간 재건축으로 방향 틀 수도”
김호경기자
입력 2021-04-08 19:25 수정 2021-04-08 19:28
“재건축 규제가 풀리면 민간 재건축이 유리해지는 것 아닌가요?”
민간 주도 주택공급을 강조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취임하면서 아파트 재건축조합에는 이 같은 주민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공공주도 재건축 후보지로 선정된 아파트 주민들조차 오 시장이 공약한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공주도 개발 후보지 주민들은 오 시장의 당선으로 오히려 개발 방식의 ‘선택지’가 늘어났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관련 규제가 풀려 사업성이 개선되면 굳이 공공주도 개발에 기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달 7일 첫 공공재건축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A 아파트 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민간 재건축으로 가는 게 더 낫지 않느냐고 문의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다음 달 나올 공공재건축 세부 사업계획안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민간 재건축으로 방향을 틀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공공주도 개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시행사로 참여해 공공성을 높이는 대신 용적률(건물 바닥 면적의 합 대비 대지면적), 건축규제 완화 등을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소유주 3분의 2(공동 시행은 절반)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정부가 선정한 후보지 50곳은 아직 동의율을 확보한 게 아니라 주민 여론에 따라 공공주도 개발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주민은 “서울시장이 민간 주도 공급에 집중하면서 공공주도 개발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이와 달리 민간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 주민들은 기대감을 보였다. 그동안 서울시가 정한 35층과 용적률 규제와 심의 지연으로 지지부진했던 사업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복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장은 “서울시가 정비사업 설계계획안을 심의해주지 않고 3년 넘게 사업이 지연됐다”며 “오 시장의 공약만 지켜준다면 바로 사업시행인가 준비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는 서울시가 4년 넘게 ‘지구단위계획’을 고시하지 않아 재건축 사업이 중단된 상태였다. 안중근 압구정3구역 재건축조합장은 “그간 주민들이 재산권 행사에 큰 피해를 봤다”며 “지구단위계획이 고시되면 본격적으로 사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노원구 상계주공,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등 재건축 첫 관문인 안전진단을 추진하는 단지들도 바빠졌다. 최근 안전진단에서 탈락한 목동신시가지9·11단지는 주민 모금을 거쳐 다음 달 다시 안전진단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렇다보니 서울 재건축 단지를 위주로 집값이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중장기적으로 공급이 늘어나면 집값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민간과 공공주도 개발을 상호 보완적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호경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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