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쿠팡보다 비싸면 보상” vs 쿠팡 “배송비 무료” 가격전쟁

황태호기자

입력 2021-04-08 16:35 수정 2021-04-0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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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에 생필품 ‘가격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대표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이 ‘배송비 무료’ 카드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자 대형마트 1위 업체인 이마트가 ‘쿠팡보다 비싸면 차액을 돌려주겠다’고 응수하고 나섰다. 지난해부터 가팔라진 식료품 물가 상승에 조금이라도 더 싼 곳을 찾아 나서는 소비자들을 붙잡기 위한 경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쿠팡 ‘배송비 무료’ vs 이마트 ‘최저가 보상제’
이마트는 8일 이마트 매장에서 구입한 상품의 가격이 쿠팡과 롯데마트 온라인몰, 홈플러스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는 같은 상품보다 가격이 비쌀 경우 차액을 이마트 매장 전용 포인트인 ‘e머니’로 적립해주는 ‘최저가 보상 적립제’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스낵류나 즉석밥, 생수 등 식료품과 휴지, 샴푸 같은 생필품 500개가 대상이다. 이마트에서 1500원에 구입한 상품을 쿠팡에서 1000원에서 팔고 있으면 차액 500원치의 e머니를 적립해주는 식이다. e머니는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하다.

이마트가 최저가 보상제를 꺼내든 건 14년 만이다. 이마트는 2001년 ‘반경 5km의 다른 대형마트’보다 비싸게 구매했을 경우 차액을 돌려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소비자가 직접 가격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유명무실해졌다 2007년 폐지됐다. 최훈학 이마트 상무는 “새로운 보상제는 이마트 앱이 자동으로 가격을 비교해서 적립해준다”고 설명했다. 유통가에선 “최저가 경쟁과 함께 e머니를 통한 소비자 ‘묶어두기’ 효과까지 노리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를 함께 거론했지만 사실상 이마트의 타깃은 쿠팡이다. 쿠팡은 앞서 이달 2일 멤버십 가입 여부나 구매 가격에 상관없이 모든 ‘로켓배송’ 상품(직매입 및 자체배송 상품)에 대해 무료 배송을 해주기 시작했다. 로켓배송 상품은 쿠팡 전체 판매량의 약 90%를 차지한다. 쿠팡은 상품 노출 위치 등으로 판매자들 간 가격 경쟁을 유도해 ‘업계 최저가’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배송비가 붙으면 최저가 이상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쿠팡 관계자는 “열심히 최저가를 검색해도 막상 주문 하면 배송비가 추가되는 소비자들의 경험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쿠팡 자체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배송비는 구매가격의 평균 10% 안팎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사실상 전 제품 가격을 10% 인하하는 셈이다.

●최저가 경쟁에 편의점 업계도 참여
유통가에 ‘최저가 마케팅’이 불붙은 건 최근 들어 식료품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8일 기준 대파 1㎏ 소매 가격은 6299원으로 1년 전(1907원)과 대비해 큰 폭으로 뛰었다. 쌀도 20㎏에 6만630원으로 같은 기간 18%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식자재 물가 인상이 지속되면서 올해 들어선 두부, 통조림, 즉석밥, 고추장, 음료 등 가공식품 가격까지 줄줄이 오르고 있다.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이 늘면서 최저가 경쟁에 편의점 업계도 뛰어들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온라인 장보기몰 GS프레시몰도 물가 민감도 높은 채소류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매일 50여 종씩 선정, ‘초저가 콘셉트’로 판매하는 ‘채소 초저가 전용관’을 상시 운영키로 한다고 8일 밝혔다.

황태호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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