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發 너도나도 ‘독점 콘텐츠’ 외치는 OTT…소비자 부담 커지나

뉴스1

입력 2021-04-08 06:57 수정 2021-04-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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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웨이브, 카카오TV, 디즈니 플러스, 티빙, 넷플릭스 © 뉴스1
월트디즈니(디즈니)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진출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OTT들이 경쟁력을 위해 ‘독점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업자로서는 ‘콘텐츠 경쟁력’이 구독자 확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독점 콘텐츠 확보를 위해 경쟁서비스에서 콘텐츠 빼가기도 적지 않게 나타나면서 소비자로서는 구독 부담이 늘어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디즈니, 韓 진출 앞두고 왓챠·웨이브에서 자사 ‘콘텐츠 빼가기’

웨이브는 지난 4일 아이언맨, 스타워즈 등 디즈니 콘텐츠를 오는 30일까지만 제공한다고 밝혔다. © 뉴스1
국내 OTT 서비스 웨이브는 지난 4일 자사 서비스 영화관에서 월정액 가입자에게 제공되던 디즈니 콘텐츠 100여편을 오는 30일까지만 서비스한다고 공지했다.

이번 결정으로 웨이브에서 빠지는 콘텐츠는 Δ겨울왕국 Δ니모를 찾아서 Δ닥터 스트레인지 Δ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Δ어벤져스 Δ라이온 킹 Δ미녀와 야수 Δ토이스토리 Δ아이언맨 등 인기 애니메이션 및 마블 콘텐츠들이다.

이같은 디즈니의 자사 콘텐츠 빼가기는 웨이브가 처음은 아니다. 디즈니+의 국내 진출 가능성이 제기되던 지난해 12월에 국내 OTT 서비스 ‘왓챠’에서도 디즈니 콘텐츠 제공이 중단된 바 있다.

웨이브 관계자는 “이번 웨이브의 디즈니 콘텐츠 서비스 종료는 사업자별로 계약기간이 달라 시점에 차이가 있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사업자, 특정 시점을 노린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디즈니는 지난해 디즈니+ 서비스를 시작하며 넷플릭스와의 콘텐츠 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현재 디즈니+가 진출하지 않은 나라에서는 아직 넷플릭스에서 디즈니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지만, 디즈니+가 진출한 국가에서는 마블 등 인기 콘텐츠가 방을 뺀 상태다.

◇OTT 모두 독점·오리지널 콘텐츠 강화 추진…‘콘텐츠 파편화’ 심화
영화 서복 포스터 © 뉴스1

그러나 대부분의 OTT 서비스들이 ‘볼만한’ 오리지널·독점 콘텐츠 확보를 경쟁 전략으로 추진하면서 콘텐츠의 파편화 현상은 점차 심해질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국내 콘텐츠 시장에 지난 2019년 ‘킹덤’을 시작으로 80여개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제공하며 국내 시장 점유율을 큰 폭으로 늘렸다.

특히 코로나19로 극장가가 주춤한 틈을 타 국내 영화 배급·제작사에 투자하며 올해 ‘승리호’를 독점 공개한데 이어, 올해는 ‘카터’(감독 정병길)와 ‘모럴 센스’(가제, 감독 박현진) 등 한국에서 최초로 오리지널 영화도 제작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해외 OTT 서비스뿐 아니다. CJ ENM 계열 OTT 티빙은 오는 15일 공유와 박보검 주연의 영화 ‘서복’을 극장과 티빙에서만 공개하기로 했다.

웨이브 역시 SBS에서 인기리에 방영한 드라마 펜트하우스1·2에 대해 ‘펜트하우스 정주행은 오직 웨이브에서’라고 광고하며 독점 콘텐츠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같은 흐름으로 인해 콘텐츠 소비자들은 OTT 하나로 충분했던 과거와 달리 여러개의 OTT를 중복해 구독하는 추세다.

현재 적지 않은 수의 OTT 소비자들은 ‘넷플릭스+웨이브·티빙·왓챠’ 같은 방식으로 2개의 OTT를 구독하고 있다. 여러가지 콘텐츠까지 보기 위해서지만, 늘어가는 월 구독료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넷플릭스와 웨이브를 함께 구독하고 있다는 한대일씨(36)는 “집에 4살짜리 아이가 있는데 디즈니+가 한국 진출하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콘텐츠가 많은 디즈니+까지 구독을 해야할 것 같다”면서도 “솔직히 OTT를 한개도 아니고 3개까지 구독하는 건 좀 부담된다”고 말했다.

◇“OTT 여러개 구독 추세 강화…유료방송·OTT 전환률 늘어날 것”

웨이브 역시 SBS에서 인기리에 방영한 드라마 펜트하우스1·2에 대해 ‘펜트하우스 정주행은 오직 웨이브에서’라고 광고하며 독점 콘텐츠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 뉴스1
향후 디즈니+를 비롯해 해외 OTT가 추가로 국내에 진출할 경우, 소비자들의 콘텐츠 구독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지만, 학계에서는 이같은 지출 증가가 국내 미디어·콘텐츠 시장을 위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OTT들이 오리지널을 늘리고, 독점 콘텐츠를 자기 서비스로 모으는 등의 전략 등을 볼 때 여러개의 OTT를 과거 유료채널처럼 구독하는 구조로 짜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소비자 부담 증가 우려에 대해서는 “한국 미디어 산업에서는 20년 전부터 우리나라 유료방송 요금이 월 10만원 이상 지출하는 미국 등과 달리 1만원대의 저가로 고착된 탓에 콘텐츠 투자 여력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며 “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GDP 성장률을 고려한다면, 중산층 가정을 기준으로 볼 때 콘텐츠에 대한 소비 여력이 충분히 올라왔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점차 기존 유료방송에 지출하던 금액이 OTT 구독료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유료방송 월정액 상품 구독료 수준을 고려할 때, 소비자들이 여러개의 OTT를 구독하더라도 실제 지출 증가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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