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쟁이 이상황의 오늘 뭐 먹지?]봄꽃같은 프랑스 요리가 나를 부른다면…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입력 2021-04-07 03:00 수정 2021-04-0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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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청담동 에빠뉘의 노일리 프랏 소스의 랍스터 라비올리. 이상황 씨 제공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벚꽃이 만개한 요즘 떠오르는 프렌치 레스토랑 하나를 소개합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에빠뉘’는 프랑스어로 ‘꽃이 핀’, ‘무르익은’이라는 뜻입니다. 아담하고 조용한 실내 분위기는 남쪽으로 난 통창 밖으로 열린 하늘과 싱그러운 꽃, 나무들이 내려다보여서 답답하지 않고, 미술 작품들이 화사하게 장식돼 있어 음식 맛을 한껏 끌어올려 줍니다. 1970년대 새로운 프랑스 요리를 주창한 이른바 ‘누벨 퀴진’의 대가인 미슐랭 스리 스타 셰프 알랭 상드랑 밑에서 파트장을 지낸 권지훈 씨가 오너 셰프입니다.

전시된 미술작품과 마찬가지로 주기적으로 바뀌는 요리는 단품은 없고 정해진 점심 세트 메뉴, 저녁 세트 메뉴에 요리를 추가하거나 선택하게 돼 있습니다. 점심은 기본이 앙트레(전채요리), 생선, 육류, 디저트 등 4가지로 구성돼 있습니다.

식전에 제공되는 아뮈즈부슈는 콜리플라워 무스와 파르메산 크럼블. 부드러운 질감에 고소한 맛으로 앞으로 전개될 요리의 분위기를 이끌어 줍니다.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인 빵은 브리오슈와 차바타(치아바타) 두 종류입니다. 앙트레는 크레송 샐러드에 샴페인 바닐라 소스에 얹어 낸 가리비 관자. 크레송은 물냉이라고도 하는데 된장을 풀어서 국을 끓여 먹어도 좋지만 역시 샐러드로 무쳐 내면 연하고 쌉싸름해서 민들레 여린 잎과 함께 딱 봄날에 어울리는 맛입니다.

오늘의 생선은 토마토와 허브, 올리브 오일을 베이스로 하는 비에르주 소스를 곁들인 연어 요리로, 허브를 충분히 사용하여 연어를 감싼 후 바삭한 외피를 둘러 부서지기 쉬운 생선 요리의 형태를 잡아줍니다. 연어는 속이 촉촉할 정도로 조심스럽게 익혀 연어 요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퍽퍽한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케이퍼와 올리브를 사용한 달콤새콤한 살사와 함께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누아이 프라트(노일리 프랏) 소스의 랍스터 라비올리를 추가로 주문해 보았습니다. 와인에 다양한 향신료를 사용하여 숙성한 베르무트를 사용하여 만든 소스여서 오묘한 맛이 납니다. 꼬리 부분을 나비처럼 장식한 플레이팅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탱글탱글한 랍스터와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는 신선한 채소가 어우러져 진한 여운을 주는 요리로 좋은 샴페인이나 부르고뉴 화이트 한 잔을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메인 요리로 선택한 오리가슴살은 셰프의 능력이 잘 드러나는 까다로운 요리입니다. 항생제를 쓰지 않고 사육한 오리를 사용해 야생꿀과 다양한 향신료로 맛을 냈습니다. 흔히 사용하는 오렌지 대신 산딸기를 사용한 젤리와 절인 양파채가 곁들여 나옵니다. 연어와 마찬가지로 겉껍질은 바삭하며 속살은 보드랍고 즙이 살이 있습니다.

디저트로는 타피오카 펄과 피스타치오, 딸기, 그리고 마스카르포네 치즈를 사용한 감칠맛 풍성한 아이스크림이 나오고 차와 함께 과일 젤리 위에 얹은 민트 머랭, 그리고 얇은 로얄틴으로 뭉쳐낸 달콤하고 바삭한 로셰가 제공됩니다.

다양한 경력을 쌓아 온 권 셰프의 무르익은 공력이 느껴지는 에빠뉘, 무겁지도 과하지도 않게, 보기에만 멋진 프렌치가 아닌 제대로 된 프렌치 요리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wine@verais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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