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아저씨처럼 쓱쓱쓱… “용기내면 그림이 돼요”

이호재 기자

입력 2021-04-07 03:00:00 수정 2021-04-07 09: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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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54만명 그림 유튜버 이연,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펴내
“미술 문턱 낮추고 싶어 영상 시작… 어릴 적 하던 낙서처럼 그려보길”
구독자들, 쉽게 배우는 수업 즐겨 “그림 배우려다 인생 배우고 가요”


그림 유튜버 이연이 5일 서울 성북구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다들 그림은 완벽히 준비된 상황에서 그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가 무섭다고 생각하는 일들, 막상 해보면 상상보다 무섭지 않아요.”

그림 유튜버 이연(본명 이연수·29·여)은 2019년 1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10가지 방법’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사람들이 지니면 좋은 마음가짐을 알려준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림을 그리다 겪은 힘든 기억을 털어놓는다. 이 영상은 91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한 구독자는 “전 올해 은퇴한 61세 할머니다. 하고 싶었던 그림을 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댓글을 달았다. 다른 구독자는 “미대 입시를 오래 준비하다 보니 그림이 싫어졌는데 큰 위로를 받고 간다”고 썼다.

지난달 24일 에세이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미술문화)을 펴낸 이연은 5일 서울 성북구 작업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림 그리기를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누구나 취미로 도전할 수 있도록 미술의 문턱을 낮추고 싶다는 것. 그는 “어릴 적 학창 시절엔 모두가 빈 종이에 그림을 그리며 놀았다”며 “낙서를 한다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면 어른이 된 뒤에도 언제든 그림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이연이 오직 펜으로만 그린 스페인 중소도시 피게레스의 풍경. 이연 제공
그는 대학에서 조형예술과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이후 여러 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마지막 직장은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스타벅스 텀블러에 들어가는 일러스트를 그렸다. 2018년 11월 그림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지난해부턴 직장을 관두고 유튜브 제작에만 몰두하고 있다. 채널을 개설한 지 2년 5개월이 지난 현재 그의 유튜브 구독자는 54만 명에 이른다.

그의 채널이 인기를 끄는 건 영상에서 전하는 위로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그림을 그리며 겪은 일들을 솔직히 이야기한다.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는 이들을 질책하지 않고 응원한다. 구독자들은 “그림 배우러 왔다가 인생을 배우고 간다” “다독여주는 말이 너무 좋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는 “10년 넘게 그림을 공부하며 먹고사는 동안 느낀 고민을 솔직하게 이야기한 것뿐”이라며 “입시 준비를 하다 미술이 싫어진 분들이나 나이가 들어 미술을 처음 시작하려는 분들이 많이 공감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연은 2014년에 개봉한 영화 ‘그녀’의 한 장면처럼 대중에게 익숙한 그림을 그린다. 이연 제공
그림 그리는 방법을 쉽게 가르쳐주는 점도 인기의 이유다. 그는 유튜브에서 복잡한 풍경을 단순화해서 그리는 법이나, 얼굴과 표정을 간단히 묘사하는 노하우를 알려준다. 대상을 세밀히 묘사하거나, 작품 의도에 대한 해설이 필요한 그림처럼 남들이 따라 하기 어려운 그림은 그리지 않는다. 대부분 사람이나 풍경을 간단히 소묘로 그린다. 사용하는 도구도 스프링 노트, 연필, 펜 정도다. 10여 분 만에 대중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뚝딱 그려낸다. 아이패드로 그림 그리는 법도 설명해주는 덕에 10, 20대 팬도 적지 않다.

그의 영상은 화려하지 않다. 오직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자극적인 편집도 없다. 이런 그를 1990년대 TV에서 인기를 끈 미국 화가 밥 로스(1942∼1995)와 비교하는 구독자들도 있다. ‘밥 아저씨’처럼 대중이 그림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는 것. 그는 “나이가 많든 적든 연습하면 누구나 그릴 수 있는 ‘전체 이용가’ 그림을 가르치는 미술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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