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50년 준비한 탄소중립,10년만에 해내야”

곽도영 기자

입력 2021-04-07 03:00 수정 2021-04-0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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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탄소협회 ‘에너지 얼라이언스’ 의장 추대된 유정준 SK E&S 부회장
“위기감 느껴… 적극적이지 않으면 외부로부터 강제로 혁명 당할 것”



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에너지 얼라이언스 출범식에 참여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 김상우 DL에너지 부회장, 정연인 두산중공업 사장, 정기섭 포스코에너지 사장, 유정준 SK E&S 부회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허용수 GS에너지 사장, 구자용 E1 회장, 정인섭 한화에너지 사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송원표 효성중공업 부사장. SK E&S 제공

“유럽은 50년, 일본은 40년에 걸쳐 준비해온 탄소중립을 우린 10년 만에 해내야 합니다.”

유정준 SK E&S 부회장(사진)은 6일 국내 첫 에너지업계 탈(脫)탄소 협회인 에너지 얼라이언스 출범식을 앞두고 언론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 부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초대 의장으로 추대됐다. 다음 달 총회를 통해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유 부회장은 “기업 입장에선 위기감을 3, 4년 전부터 느꼈다”며 “우리가 적극적으로 진화(evolution)하지 않으면 외부로부터 (강제로) 혁명(revolution)을 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얼라이언스는 국내 에너지업계를 중심으로 대내외 탄소중립 흐름에 공동 대응하고 에너지 전환에 협력하기 위해 출범했다. 탄소중립은 개인이나 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만큼 이산화탄소 흡수량도 늘려서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2015년 파리협정 채택 이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국에서 탄소중립을 미래 방향으로 선언하고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에너지 얼라이언스에는 현대자동차, SK, 포스코, 한화, 두산 등 국내 주요 그룹 소속 에너지 사업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여한다. 처음 10개사로 시작하지만 향후 뜻이 맞는 회사들을 대상으로 회원사를 넓힐 계획이다.

유 부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그간 에너지업계에 대한석유협회, 대한석탄협회 등이 있어왔지만 업종 경계를 허물고 전체 에너지사가 당면 문제를 놓고 협의하는 자리는 없었다”며 “에너지 얼라이언스는 단순한 이익단체가 아니라 정부의 탄소중립 방향에 동의한다는 전제하에 정부와의 파트너십으로 세부 정책 방향을 잘 이끌어 가려 한다”고 말했다.

당장 한국은 올해 말까지 유엔에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다시 제출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환경부는 ‘2017년 대비 24.4% 감축’이라는 목표치를 새로 설정했지만 이조차 글로벌 권고치인 4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유 부회장은 “영국은 2010년 40%였던 석탄 발전 비율을 2020년에 2%까지 줄였고, 재생에너지는 3%에서 24%로 늘렸다”며 “선도 국가들이 수십 년 준비해온 탄소중립을 우린 10년 만에 해야 하는데 최적의 전략 방향이 무엇인지, 부작용은 없을지 민관이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얼라이언스는 정부와의 정책적인 협의 외에 해외 관련 기구 및 협의체 참여, 탄소중립 관련 구체적인 사전 연구 등에도 힘쓸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각 사 임원들로 구성된 사무국을 비롯한 별도의 조직 구성도 논의한다고 얼라이언스 측은 밝혔다. 유 부회장은 “한국도 글로벌 탄소정책 결정기구가 룰을 정할 때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글로벌 거버넌스와 기술 투자에도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출범식에 참석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에너지 얼라이언스 출범을 계기로 우리 에너지 기업들이 탄소중립이라는 도전적 과제에 대응해 나가는 동시에 에너지 신산업 육성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넷제로(탄소중립) 달성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고, 코로나 상황에서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대한민국 정부와 민간 기업들의 넷제로를 위한 노력을 기쁜 마음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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