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넘어선 나라빚…공무원·군인 연금충당부채 1000조 돌파

세종=주애진 기자

입력 2021-04-06 17:44 수정 2021-04-0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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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공무원과 군인에게 지급해야 하는 연금충당부채가 지난해 사상 처음 1000조 원을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따른 정부 지출도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지난해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 국내총생산(GDP)보다 많은 1985조 원으로 불어났다.

정부가 6일 의결한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국가부채는 전년보다 241조6000억 원(13.9%) 증가한 1985조3000억 원이었다. 전체 규모와 증가율 모두 회계 기준이 바뀐 2011년 이후 역대 최대다.


국가채무는 정부가 직접적인 상환의무를 부담하는 국채, 차입금 등의 나라 빚을 말한다. 국가부채는 여기에다 퇴직 공무원, 군인에 지급해야 하는 연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연금충당부채 등을 모두 더한 재무제표상의 부채다. 해당 연도의 국가부채가 명목 GDP(지난해 1924조 원)보다 많은 건 처음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갚아야 하는 국가채무는 지난해 846조9000억 원으로 GDP의 44%에 이르렀다.

지난해 연금충당부채는 전년보다 100조5000억 원 늘어난 1044조7000억 원으로 전체 국가부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2017년 845조8000억 원이던 연금충당부채는 3년 만에 199조 원가량(23.5%) 늘어났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저금리 기조로 현재 가치 환산 때 쓰는 할인율 조정에 따른 재무적 요인 때문”이라며 “실제 지출은 공무원과 군인이 납부하는 연금수입으로 대부분을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가가 직접 갚아야 하는 빚이 아니라도 기금이 바닥나면 세금으로 메워야한다는 점에서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실제로 공무원·군인 연금 모두 매년 적자가 발생해 정부가 보전금을 지급하고 있다.

총 67조 원 규모의 4차례 추경을 포함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지출을 급격하게 늘리면서 국고채 등 장기 차입부채도 전년보다 11조6000억 원 늘어난 658조5000억 원이었다. 정부가 재난지원금 등 각종 지원책을 위해 적자국채를 대규모로 발행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 지출은 전년보다 56조6000억 원 많은 453조8000억 원이었다.


반면 지난해 국세 수입은 285조5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7조9000억 원이 덜 걷혔다. 코로나19 여파로 기업 영업실적이 부진하면서 법인세가 16조7000억 원 줄어든 영향이 컸다. 그나마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 활황으로 정부 예상보다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가 많이 걷히면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때 전망한 세수보다는 5조8000억 원 많았다.


세수는 적은데 정부 씀씀이만 커지면서 재정지표는 역대 최악으로 나빠졌다. 지난해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는 각각 71조2000억 원, 112조 원 적자였다. 두 지표 모두 적자 규모가 1년 새 60조 원 가까이 불어나 역대 가장 컸다.


기재부는 “일시적인 채무 증가를 감안하더라도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여전히 주요국 대비양호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올해 이미 한 차례 추경을 통해 연말까지 국가채무가 965조9000억 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1000조 원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 추경을 추가로 편성하면 재정 악화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며 “연금충당부채 역시 결국 국가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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