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운명은…거부권 두고 美서도 의견 분분

뉴스1

입력 2021-04-06 08:12 수정 2021-04-0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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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입주해있는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모습. 2021.2.11 © News1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를 놓고 맞붙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쟁의 결말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손에 달렸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소송에서 패소한 SK는 기사회생할 수 있지만, 행사하지 않는다면 코너에 몰려 LG와의 합의금 협상에서도 불리해질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수입금지 결정에 대해 오는 11일(현지시간)까지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엔 과거 애플-삼성의 분쟁 사례처럼 백악관이 공식 발표를 할 가능성이 있으며, 행사하지 않는다면 11일 밤 12시까지 특별한 발표나 언급 없이 거부권 행사 시한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가 ITC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 정부 입장에선 해외 기업들의 다툼에 개입해 한쪽 편만 들어주긴 어렵고,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윤리적 잣대가 엄격한 미국 사회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거부권 행사는 더욱 부담스러울 것이란 관측이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2020.10.12 © News1
실제로 1916년 ITC가 설립된 이후 100년이 넘는 동안 대통령의 거부권은 단 6건만 행사됐으며, 그마저도 LG와 SK가 맞붙은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 대해선 아직 1건도 없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미국이 배터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점을 강조하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SK는 ITC 결정에 따라 미국 내 사업을 하지 못하게 되면 공장을 건설할 이유가 없는데, 대대적인 전기차 확대 정책으로 많은 배터리가 필요한 미국 정부가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을 위해 거부권을 써 SK를 구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SK는 최악의 경우 미국 공장 건설을 중단하고, 이미 투입된 설비는 헝가리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최근 김준 대표와 김종훈 이사회 의장도 미국을 방문해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ITC 결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미국에서 철수할 위기에 처했다’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LG 측에 줘야 할 합의금이 그동안 공장 건설에 투자한 매몰비용보다 크다면 차라리 접는 게 낫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현지에서도 자국 내에서 안정적으로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해선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제기된다. 지난 5일 워싱턴포스트는 배터리 공급망이 취약한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충분한 배터리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기차를 확대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계획이 장애물에 직면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미국 완성차 업계가 동반 부진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내에서 포드·폭스바겐에 배터리를 납품하기로 한 SK이노베이션이 사업을 못 할 경우, 중국에서 배터리를 수입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산업 품목에 대한 공급망을 점검하라고 지시할 정도로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데, 거부권을 쓰지 않아 SK이노베이션이 철수하면 오히려 중국에 대한 배터리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란 지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공장전경 © 뉴스1
다만 지난달 LG에너지솔루션이 그동안 조지아 공장에 대한 SK이노베이션의 투자 규모(3조원)를 넘어서는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만큼, 미국 입장에선 SK 배터리가 유일한 대안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LG가 공장 완공시 직접 고용하게 되는 인원도 6500명에 달하면서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면에서도 SK와 동등한 입장이 됐다. 양측이 합의에 실패해 정말로 SK가 미국 내 사업을 접는다면, 미국 정부 입장에선 막대한 배터리를 수급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인 LG의 입장도 살펴야 한다는 점에 거부권 행사에 신중할 수 있다.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SK는 수입금지 조치가 무효로 되기에, 보다 유리해진 입장에서 LG와 합의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행사하지 않는다면 SK는 연방 항소법원에 항소하는 방법밖에 남지 않는데, 뒤집을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크지 않다. 오히려 협상력이 높아진 LG가 SK에게 현재 수준의 합의금을 고수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이번 분쟁 결과의 분수령”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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