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아파트 136채, 공시가 〉거래가 ‘역전’… 3억 높은 곳도

김호경 기자 , 강승현 기자

입력 2021-04-06 03:00 수정 2021-04-0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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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줄 공시가’ 의견제출 최대 예상

올해 서울 서초구 아파트 136채의 공시가격이 최근 실거래 가격보다 높게 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30년까지 공시가를 시세의 9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공시가가 워낙 빠른 속도로 올라 정부 목표치를 넘어선 것이다. 제주도에선 같은 단지인데도 동이나 호수에 따라 공시가가 급등하거나 하락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공시가격이 급등한 데다 가격 산정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커짐에 따라 5일 마감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의견제출 건수가 역대 최대치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실거래가보다 비싼 공시가

서울 서초구와 제주도는 5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15일 공개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에 대한 자체 검증 결과를 내놓았다.

검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입주를 시작한 서초동 A아파트(전용면적 80m²)는 지난해 10월 12억6000만 원에 팔렸다. 하지만 공시가는 거래 가격의 1.2배인 15억3800만 원이었다. 방배동 D아파트(전용 261m²)의 공시가는 13억6000만 원으로 지난해 10월 거래 가격(10억7300만 원)보다 약 3억 원 비쌌다. 서초구에서 이처럼 공시가가 최근 거래 가격을 웃돈 공동주택이 136채로 전체 조사 대상(4284채)의 3.2%에 이르렀다. 공시가가 최근 거래 가격의 90%를 넘은 주택은 208채로 조사 대상의 4.8%였다.

정부는 2030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로 끌어올릴 목표를 세웠지만, 공시가격이 빠른 속도로 올라 실거래가를 이미 추월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서초구는 공시가 상승 속도가 정부의 현실화 계획보다 훨씬 가파르다”며 “공시가가 급등한 사례는 전면 재조사하고 공시가 결정 권한을 지자체로 넘기라”고 촉구했다.

국토교통부는 “서초구에서 현실화율이 90% 넘는 주택은 없다”며 서초구의 재조사 요구를 일축했다. 특정 주택의 실거래가와 공시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적정 시세’는 다르다는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연말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공시가에는 실거래 이후 시세 변동 폭이 반영된다. 적정 시세와 크게 동떨어진 실거래가는 공시가 산정에서 아예 제외하거나 보정 과정을 거친다.

○ 1년 새 공시가 2배 이상 오른 단지도



공시가가 1년 전보다 2배 이상으로 오른 사례도 있었다. 서초동 한 연립주택(전용 94m²)의 공시가는 지난해 4억7700만 원에서 올해 11억2800만 원으로 뛰었다. 이처럼 올해 공시가가 서초구 평균 상승률(13.5%)의 3배 넘게 오른 주택이 3101채였다. 대부분이 거래가 드문 다세대와 연립 등 서민 주택이었다. 오랫동안 거래가 뜸하다 지난해 이전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에 팔린 사례가 나오면서 공시가가 급등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이전 공시가격이 워낙 낮아 생긴 것으로 산정 과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제주도 소재 13층짜리 아파트에선 1·4호 라인의 공시가는 지난해보다 6.8∼7.4% 오른 반면 2·3호 라인 공시가는 오히려 11∼11.5% 하락했다. 제주도는 공시가격 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국토부는 “평수가 달라 생긴 차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이 아파트 1·4호 라인은 33평형대로 지난해 실거래가와 한국부동산원 시세가 모두 전년보다 상승했지만 52평형대인 2·3호 라인은 가격이 하락했다. 제주도에서 영업 중인 펜션 등 숙박시설 11채를 공동주택으로 보고 공시가를 산정했다는 지적에 대해 국토부는 “건축물대장상으로 재산세 과세 대상 주택으로 공시가 산정 대상”이라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주민들은 실거래가를 시세로 여기는데 이보다 공시가가 높아지면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등에 직결되는 만큼 국토부가 산정 근거를 명확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공시가격 의견제출 건수 ‘역대급’

이날 마감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 의견제출 건수는 역대 최다였던 2007년(5만6355건) 수준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 의견제출 건수는 2018년 1290건에서 2019년 2만8735건, 지난해 3만7410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지난달 15일 공시가 공개 이후 공시가격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고덕아르테온’ 등 5개 단지 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는 지난달 23일 국토부 등에 공시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성북구 ‘래미안길음센터피스’, 노원구 ‘하계우성아파트’ 등 강북 단지 주민들도 공시가를 낮춰 달라며 집단 의견서를 냈다. 공시가가 70% 넘게 오른 세종시에선 주민 불만이 커지자 시장이 직접 국토부에 공시가 조정을 건의했다.

국토부는 공시가 의견을 심의해 이달 29일 공시가를 확정한다. 이후 1개월간 이의신청을 받아 그 사유가 정당하다고 인정되면 공시가를 조정한다.

김호경 kimhk@donga.com·강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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