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거스른 복고… ‘할매니얼’이 온다

황태호 기자

입력 2021-04-06 03:00 수정 2021-04-06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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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원색이나 자수로 멋내… ‘몸뻬’ 스타일 헐렁한 패션 등
달고나처럼 옛추억 소환시켜
코로나에 지친 마음 달래주는… 꽃무늬 패턴에 지갑열기도


스튜디오톰보이 컬러블록 카디건 사진 제공 각 업체
수년째 유통가를 휩쓸고 있는 ‘할머니 신드롬’이 식품을 넘어 패션계에도 불고 있다. 화려한 꽃무늬가 자수된 블라우스나 카디건, 펑퍼짐하고 강렬한 색깔의 원피스나 긴 주름치마 등 장년의 여성들이 즐겼을 법한 스타일의 옷이 요즘 젊은층에게 큰 인기다.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그래니룩’ 태그를 검색하면 2만 건이 넘는 게시물이 나온다. 그래니룩은 할머니를 뜻하는 그래니(Granny)와 패션 스타일을 의미하는 룩(look)을 붙인 조어로, ‘할머니 같은 패션’을 의미한다.

국내에선 이를 ‘할매니얼(할머니의 사투리 표현+밀레니얼)’ 트렌드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식품시장의 할매니얼 트렌드가 예부터 즐겨 왔던 간식거리의 맛인 흑임자, 인절미, 달고나 등이라면, 패션시장에서는 할머니의 옷장이나 빛바랜 옛 사진에서 볼 수 있었던 과감한 패턴, 화려한 색상, 헐렁한 핏 같은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에잇세컨즈 플라워 배색 케이블 카디건 사진 제공 각 업체
그래니룩의 대표 상품은 니트 카디건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여러 가지 색상이 패치워크 식으로 조합되거나 초록, 빨강 등 강렬한 원색, 다채로운 패턴이나 자수 등이 들어간 제품들이 인기”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여성복 브랜드 ‘스튜디오 톰보이’에서 올해 내놓은 카디건은 빨강, 노랑 등 원색이 조합됐다. 출시 한 달 만에 초도 물량이 소진돼 재생산에 들어갔을 정도로 인기다. 기하학적 형태의 문양이 들어간 에스닉 카디건, 레오파드 패턴의 니트 조끼도 인기를 끌고 있다.

네스티팬시클럽 플라워 패턴 슬릿 롱스커트 사진 제공 각 업체
발목 위까지 내려오는 긴 스커트도 패션 시장 복고 열풍의 주역으로 꼽힌다. 패션업체 LF의 여성 브랜드 ‘닥스 레이디스’의 올해 1∼3월 롱스커트 제품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LF 관계자는 “긴 기장의 주름 스커트는 체형을 커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활동성도 뛰어나 편안함을 중요시하는 최근 젊은 세대 패션 트렌드의 필수 아이템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형형색색의 꽃무늬 패턴도 그래니룩의 필수템이다.

할매니얼 패션의 유행을 두고 전문가들은 패션계 전반의 복고 흐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싶은 심리가 더해졌다고 분석한다. 복고풍의 할머니 룩은 따뜻함, 포근함, 향수 등을 불러일으킨다.

에잇세컨즈 플라워 플레어스커트 사진 제공 각 업체
할매니얼 패션의 인기는 10, 20대 소비자가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편집숍이나 SAP 브랜드에서도 두드러진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 관계자는 “올해 1∼3월 롱스커트, 카디건 제품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0%, 164% 증가했다”며 “A라인, 주름치마 등 옛 스타일 제품이 특히 많이 판매됐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도 꽃 자수 니트 카디건 등의 제품이 인기를 끌며 재생산에 들어갔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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