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없이 정규직 전환 부당” vs “계약직 이유로 급여차 너무 커”

조응형 기자 , 전남혁 기자 , 이지윤 기자

입력 2021-04-05 03:00:00 수정 2021-04-05 11:2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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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01주년] 극과극-청년과 청년이 만나다
정규직-비정규직 청년 대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기존 정규직 근로자들과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만큼 취업과 관련해 다양한 얘깃거리를 양산한 이슈도 드물다. 하지만 ‘직접 당사자’들이 느끼는 무게와는 비교하기 힘들다. 공채로 공기업에 입사한 청년들과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인 청년들은 이 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하지만 이들의 얘기를 듣기란 쉽지 않았다. 당사자야말로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줄 유일한 이들이지만, 조직에 속해 있는 처지라 공개적으로 개인 의견을 밝히는 데 부담이 컸다.

이 때문에 A공기업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김직원 씨(26)와 국공립단체에서 계약직 공연프로듀서로 일했던 박계약 씨(27)는 극과극 일대일 대화 처음으로 모두 가명으로 무대에 올랐다. 혹시나 모를 피해를 방지하고, 더욱 솔직한 심정을 듣기 위해서였다. ‘정치·사회 성향 조사’에서 진보 6번째가 나온 계약 씨는 비정규직의 비애를 겪은 이답게 정규직 전환에 찬성했다. 어렵게 공채 바늘귀를 통과한 직원 씨는 보수에서 37번째로 정규직 전환에 반대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28일 인터넷 화상회의를 통해 마주했다.

▽계약=국공립예술단체에서 1년 정도 계약직으로 일하며 소외감을 느낄 때가 많았어요. 주요 프로젝트들은 보통 1년 이상 진행하는데 참여 자체를 할 수 없었죠. 이듬해 예산을 짜는 업무에서도 빠졌어요. 업무량은 비슷한데 중요한 일에선 배제되는 거죠. 급여나 복지는 당연히 격차가 컸고요.

▽직원=공기업 입사에 들인 땀방울을 무시할 순 없어요. 토익과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 시험만 어려운 게 아니라 준비에만 몇 년이 걸러요. 정책이 바뀌었다고 그런 자리를 비정규직이 따내는 걸 보며 솔직히 억울한 맘이 들었어요.

▽계약=하지만 주위 시선보다 더 힘든 게 있을까요. 계약직으로 일하면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어요. 자신감이 확 떨어지는 거죠. 뭔가 해보고 싶은 기획이 있어도 선뜻 말 꺼내기 어려워요. ‘곧 나갈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직원=비정규직을 무조건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안 된다는 건 아니에요. 조건을 갖춘 이들은 뽑아야죠. 그런데 우리 회사를 보면, 계약직으로 입사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분들 중에 태업하는 분들도 있어요. 대놓고 ‘계약직인데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식이에요. 제가 공정하지 않다고 여기는 건, 능력이나 성실성을 검증하는 절차 없이 일괄 전환하는 거예요.

▽계약=경험한 게 달라서 생각도 갈라지네요. 저는 계약직으로 막 입사했을 때도 업무량이 엄청났어요. 기획을 맡으면 온전히 책임져야 했어요. 당연히 ‘농땡이’는 불가능했죠. 작은 업무라도 재계약이 걸려 있단 생각에 더 쫓기는 맘이 들었어요.

▽직원=저도 정규직 입사 전에 6개월 정도 인턴으로 근무해본 경험이 있어요. 불안한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에요. 다만 정책의 불합리성을 지적하고 싶은 거죠.

▽계약=현 기업들의 정규직 공개 채용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봐요. 너무 형식적인 줄 세우기만 시키는 게 아닐까요. 젊은이들을 ‘취업 포인트’ 쌓는 기계로 여기는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 경쟁이 격해지는 것도 있어요.

▽직원=공감하는 대목이에요. 저도 여러 번 공채에 지원하면서 늘 비슷한 자기소개서를 내고 엇비슷한 과정을 거쳤어요. 개인의 창의력을 평가받는 자리는 아니었죠.

▽계약=치열한 경쟁을 거쳐 정규직으로 입사한 분들이니 누군가가 훨씬 쉽게 그 자리를 얻는 것처럼 보이면 화가 날 거 같아요.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사람마다 가진 능력은 다양하잖아요. 대학입시처럼 합격과 탈락을 가를 게 아니라 기업이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재를 뽑는 ‘맞춤형 채용’이 된다면 다들 납득하지 않을까요.

▽직원=그건 공채로 뽑힌 이들도 공감할 거예요. 입사하기 위해 정말 많은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땄지만 막상 실무에 들어가면 쓸모없는 게 많아요.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은 입사해서 완전히 새로 배워야 하죠.

▽계약=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는 만큼 기업들도 채용 방식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좋은 사람을 뽑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 건 알아요. 하지만 수십 년째 크게 바뀌지 않은 방식으로 채용이 이뤄지고 있는 건 문제 아닐까요. 좀 더 정교한 채용이 이뤄지면 청년끼리 공정한 채용을 두고 싸울 일도 줄어들 것 같아요.

조응형 yesbro@donga.com·전남혁·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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