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치료-신약개발의 미래… 2조원대 ‘오가노이드 시장’ 잡아라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1-04-05 03:00:00 수정 2021-04-05 11:2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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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오가노이드 기술 선점 경쟁

2018년 설립된 국내 오가노이드 벤처인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연구원이 장 오가노이드가 제대로 형성됐는지 현미경에 연결된 모니터로 확인하고 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제공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한스 클레버르스 교수 연구팀은 사람의 눈처럼 눈물을 흘리는 눈물샘 오가노이드를 지난달 16일 국제학술지 ‘셀스템셀’에 사상 처음 공개했다. 오가노이드는 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해 인체 장기와 유사하게 만든 일종의 ‘미니 장기’다. 연구팀은 최근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사람의 침샘을 모방한 오가노이드의 임상 1상 시험도 승인받았다.

질병 연구에서 동물실험과 인체 세포를 이용한 연구의 한계가 제기되면서 최근 오가노이드가 생명과학계의 가장 뜨거운 연구 주제이자 산업화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떠올랐다. 눈물샘과 침샘은 물론 사람의 폐, 뇌, 장, 자궁까지 영역을 급속히 넓혀 가고 있다.

○美 日 네덜란드 등 주도… 한국도 신약 시험
오가노이드 연구는 ‘오가노이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클레버르스 교수가 2009년 생쥐의 직장에서 얻은 줄기세포로 장 오가노이드를 만든 것이 시초다.


연구가 시작된 지 불과 10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지만 오가노이드 시장은 무서운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2020년 8억5000만 달러(약 9600억7500만 원)였던 오가노이드 시장은 2025년 19억100만 달러(약 2조1470억 원)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 오가노이드를 개발하는 유종만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대표(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오가노이드를 망가진 장기 부위에 이식해 재생치료제로 쓰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다”고 말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가 개발한 장 오가노이드. 크론병 등 염증성 장질환으로 손상된 장 부위에 장 오가노이드를 이식해 치료제로 사용할 계획이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제공
일본, 미국, 네덜란드 등이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일본에선 2012년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가 유도만능줄기세포를 개발해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이후 기술 선점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연구비를 지원하고 임상시험 규제를 풀었다. 올해 일본에서 장 오가노이드의 임상 1상이 세계 최초로 진행된다.

미국은 2011년 제임스 웰스 미국 신시내티아동병원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장 오가노이드를 만든 이후 연구가 본격화했다. 미 국립보건원(NIH)을 중심으로 2012∼2018년 ‘티슈 칩 이니셔티브’를 진행하고 신장, 심장 등 다양한 오가노이드 칩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오가노이드 칩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올려 보내 우주공간이 우주인의 장기에 미칠 영향도 조사했다. 최근에는 모든 장기로 분화하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대량 배양과 치료제 상용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장, 간, 심장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2018년에는 전분화능 줄기세포를 이용해 사람과 가장 비슷한 소장 오가노이드를 세계 최초로 내놨다. 손미영 생명연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주변 조직에 달라붙는 생착 능력이 2, 3배 높아 재생치료제로 쓰기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인터파크 바이오융합연구소는 오가노이드 연구를 바탕으로 신약후보 발굴과 정밀의학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소화관, 눈물샘, 침샘, 췌장, 간, 치아 등 오가노이드 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유 대표는 “2025년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조건부 사용 승인을 얻는다는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일본에 진출해 임상시험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에는 장 오가노이드 임상 1상을 계획하고 있다.

○활용 가능성 무궁무진
생명과학자들은 바이오 시장에서 오가노이드의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평가한다. 약물의 효능을 확인할 때 동물 대신 오가노이드를 쓸 수 있다. 생명연은 새 항암제의 효능을 시험할 수 있는 암 오가노이드 개발을 시작했다. 정초록 생명연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희귀 유방암 환자의 암세포를 이용해 다양한 암 오가노이드를 만들고 약물 반응을 정확하게 예측하면 개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장 오가노이드는 인체 유산균이 살 수 있어 장내 미생물 치료제 개발에도 사용될 수 있다. 바이오업계에서는 올해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세계 최초로 장내 미생물 치료제를 승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 책임연구원은 “세계적으로 인체 장기와 비슷하도록 오가노이드의 성숙도를 높이고, 3차원(3D) 프린팅 등을 이용해 대량 배양 기술을 먼저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며 “향후 재생의료뿐 아니라 신약 개발에서 동물실험을 보완할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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