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웨이브에 콘텐츠 공급 중단… OTT업계 무한경쟁 본격화

김성모 기자

입력 2021-04-05 03:00 수정 2021-04-0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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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진출 앞두고 제휴관계 정리… 웨이브 월정액 영화 매력 떨어져
OTT, 자체 콘텐츠 확보에 ‘비상’… “콘텐츠 충분해야 대적 가능해”


영화 ‘어벤져스’ ‘겨울왕국’ 등 킬러 콘텐츠를 보유한 미국 월트디즈니가 이달 말로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의 월정액 상품에 더 이상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는다.

자사 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상륙을 앞두고 제휴 관계를 정리하는 모양새다. 국내에서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토종 OTT 업체들은 핵심 콘텐츠 확보라는 과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4일 웨이브에 따르면 월정액 상품(월 7900∼1만3900원) 웨이브 영화관에서 제공하던 디즈니 주요 콘텐츠들이 이달 말로 서비스가 중단된다. 웨이브는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 3사가 2019년 선보인 국산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이다. 리서치 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해 웨이브 월평균 국내 순 이용자 수는 344만2000명으로 넷플릭스(637만5000명)에 이어 2위다.

이달 말로 종료되는 디즈니 콘텐츠는 ‘어벤져스’ ‘스타워즈’ ‘겨울왕국’ 등 100여 편에 달한다. 웨이브 측은 “디즈니 측에서 이달 말로 끝나는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인기가 높은 디즈니 콘텐츠가 빠지면 월정액 영화 상품의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없어 웨이브의 강한 경쟁력 중 하나였다. 종료 이후에도 단편 구매는 가능하지만 월정액 고객도 따로 비용을 내야 하는 데다 정액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 고객이 빠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디즈니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7∼12월)에 국내 디즈니플러스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기존 제휴 관계 정리에 나서고 있다. 2019년 미국에서 출시된 디즈니플러스는 1년 4개월 만에 전 세계 가입자가 1억 명을 넘어서면서 넷플릭스의 최대 경쟁자로 떠올랐다. 디즈니는 미국에서 디즈니플러스를 선보이기 직전인 2019년 넷플릭스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국내 OTT 점유율 1위 넷플릭스에 이어 막강한 콘텐츠를 보유한 디즈니까지 한국에 들어오면서 OTT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1923년 설립돼 올해 98주년을 맞은 디즈니는 ‘어벤져스’ ‘겨울왕국’ 외에도 미국 드라마 ‘프리즌브레이크’ ‘24’, 영화 ‘타이타닉’ ‘아바타’ 등 수많은 히트작이 있다. 20세기스튜디오, 픽사, 마블스튜디오, 내셔널지오그래픽, 스타, ABC, ESPN 등 국내에도 잘 알려진 수많은 콘텐츠 브랜드가 디즈니 소유다.

업계에서는 국내 OTT 업체들의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웨이브는 2019년 출범 이후 700억 원을 투자해 ‘앨리스’ ‘좀비탐정’ ‘조선로코―녹두전’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였고 올해도 8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전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도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선보이면서 이용자들을 묶어두기 시작했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충분해야 넷플릭스, 디즈니 등과 대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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