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별 사고유형 예측하고… 실시간 ‘근로자 위험’ 자동 경고

정순구 기자

입력 2021-04-03 03:00 수정 2021-04-03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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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AI활용 안전관리시스템 속속 도입
내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앞두고 공사 현장마다 안전 강화 안간힘


한 근로자가 공사 현장에서 센서(원 안)가 부착된 안전모를 착용한 모습. 현대건설은 사물인터넷 기반의 현장안전관리시스템인 ‘하이오스’를 구축해 건설 현장으로 확대하고 있다. 현대건설 제공

“주변의 가스 농도가 너무 높습니다. 빠른 조치가 필요합니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이모 씨(36)의 안전모에 달린 무전기를 통해 이런 지시 사항이 들려온다. 그는 곧바로 이런 사실을 관리자에게 알렸고, 현장에서 가스가 유출되고 있는 지점을 파악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을 사전에 막는다. 예전에는 공사 현장의 안전 책임자가 일일이 확인해야 했던 여러 위험요인을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자동으로 파악해주는 것이다.

공사 현장에는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늘 도사리고 있다. 공사장이라 하면 곧바로 ‘위험’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최근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이런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잇따르고 있다.

AI 시스템과 같은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공사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각종 안전사고 예방에 나서는 곳이 늘어나는 것이다. 내년 1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공사 현장 안전을 강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현대건설은 안전사고에 대한 현장별 자료를 수집한 후 공사 유형과 공정 단계별로 발생 위험성이 높은 사고 유형을 예측하는 AI 알고리즘을 개발해 안전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안전관리시스템 ‘하이오스’가 대표적이다. 센서를 기반으로 무선으로 위치를 추적하는 안전 관제 시스템이다. 안전모에 부착된 스마트 태그(Tag) 시스템으로 근로자 동선을 확인하고, 안전관리 사각지대를 최소화한다. 근로자의 위치 및 구역별 인원 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위험구역으로 접근할 때는 시스템을 통해 근로자에게 즉시 알려줄 수 있다.

하이오스는 이미 서울 서부간선지하도로, 세종∼경기 포천 고속도로, 경기 안성∼구리 14공구 등의 현장에 적용됐다. 올해에는 근로자 체온 및 동선 체크, 출입관리 기술 등을 추가 탑재해 더 많은 현장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포스코건설은 IoT 기술을 융합한 통합형 안전관리시스템 ‘스마트 세이프티 솔루션(Smart Safety Solution)’을 건설 현장에 확대하고 있다. 현장 관리자들은 카메라와 드론 등으로 모은 현장 정보를 스마트폰에 탑재된 ‘스마트 상황판’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안전 조치를 지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타워크레인에 설치된 360도 카메라를 통해 현장의 위험 상황이 감지되면 근로자들에게 경고 방송과 함께 안전수칙 준수 메시지가 즉각 발송된다. 공사 현장에는 다국적 근로자들이 많은 만큼 중국어, 베트남어로도 동시에 송출한다.

GS건설과 LG유플러스는 최근 AI·무선통신 인프라를 건설현장에 적용하는 스마트 건설 기술 검증에 성공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그랑자이’ 건설현장을 시범 구역으로 지정해 △건설현장 특화 무선통신 △실시간 근로자 위치 확인 △AI 영상분석 기반 안전관리 시스템 △타워크레인 안전 솔루션 △IoT 헬멧 등을 실증했다.

특히 AI 영상분석 기반 안전관리 시스템의 효과가 두드러졌다. 무선통신 인프라를 이용해 현장 곳곳에 CCTV를 설치하고, 근로자의 안전 상태를 AI가 자동으로 분석해준다.

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지는 타워크레인 작업의 안전성을 높이기도 한다. 크레인의 움직임을 센서로 감지해 충돌이 일어날 거리를 확인하고, 충돌 위험이 있을 경우 이를 자동으로 알려줘 충돌을 방지한다. 작업 중량과 작업 횟수 등으로 작업량을 산출해 데이터 분석을 통한 운영 효율성까지 높일 수 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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