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앓는 97세 할머니 “코로나 빨리 끝나라고 백신 맞았다”

이미지 기자 , 이지윤 기자 , 청주=이지운 기자

입력 2021-04-02 03:00:00 수정 2021-04-02 18: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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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이상 접종 첫날… 현장 가보니

부축받고… 휠체어 타고… 어르신들 ‘화이자 접종’ 7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1일 서울 송파구 체육문화회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접종 대상자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이날 전국적으로 75세 이상 2만여 명이 백신을 맞은 것으로 추산됐다. 사진공동취재단

“부비트랩 파편 맞고도 살았는데 백신 주사가 무슨 큰일이겠어요.”

서울 성북구에 사는 이재성 씨(75)는 1일 서울 성북구 성북아트홀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취재진에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쓴 모자에는 ‘국가유공자’ 글씨가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이 씨는 1967년 베트남전에 파병된 참전 용사다. 그의 배와 등에는 당시 작전 중 부비트랩이 폭발해 파편 30여 개에 맞아 생긴 흉터가 남아있다. 이 씨는 “코로나19 확진자가 500명을 넘어 다시 위기상황이지만 다들 접종 잘 받고 방역수칙을 지켜 이번 위기를 넘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전국서 이어진 백신접종 행렬

75세 이상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 1일,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에서 백신접종 행렬이 이어졌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황병옥 씨(97·여)도 이날 오전 성동구청 강당에 마련된 접종센터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았다. 분홍색 경량패딩과 자주색 바지에 분홍색 러닝화를 신고 나타난 황 씨는 “작년에 사위가 옷을 사줬는데 코로나19로 나갈 일이 없어 새 옷 같다”고 말했다.


황 씨는 사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을지 말지 고민했다. 자녀들이 “백신을 맞아도 괜찮겠냐”고 걱정했기 때문. 그는 10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한 달 동안 입원했다. 지금도 고혈압, 고지혈증, 천식을 앓고 있다. 황 씨는 “그래도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라고 맞으러 나왔다. 다들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접종을 마친 황 씨는 “아무 이상 없다”며 주사 맞은 부위를 보여줬다.

제주 제주시 일도1동에 사는 백학기(90) 조연숙(84·여) 씨 부부는 한라체육관에서 함께 접종을 받았다. 백 씨는 “기왕 맞을 거면 빨리 맞아야지”라며 “부부가 함께 맞아서 좋다”고 했다. 백 씨는 이동하는 내내 허리가 안 좋아 걸음이 느린 아내를 챙겼다. 부부는 2년 전 제주도에 정착했다. 조 씨는 “둘이 있는 것도 좋지만 빨리 접종이 다 돼서 마을 경로당을 열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의료진도 이날 바쁜 하루를 보냈다. 꼬박 1년 전 코로나19 1차 유행의 중심에 있었던 대구 중구 대구동산병원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첫 백신 접종을 진행했다. 이 병원 이명순 외래 간호팀장은 “코로나19 환자가 끝없이 들어오던 게 엊그제 같은데 백신을 접종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전했다.

방역당국은 이날 하루 전국적으로 2만여 명이 접종을 완료한 것으로 추산했다. 75세 이상 고령층 총 350만8975명의 약 0.6%에 해당한다. 지난달 28일까지 접종 여부를 결정한 고령층 204만1865명 중 175만8623명(86.1%)이 접종에 동의했다.

○ 정은경 청장도 백신 접종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보건소에서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청주=뉴스1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이날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을 받았다. 지난달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 접종을 받을 때 간호사가 칸막이 뒤로 잠시 이동해 ‘백신 바꿔치기’ 의혹이 나왔던 점을 고려해서인지 이날은 간호사가 정 청장 앞에서 주사기로 백신을 추출한 뒤 바로 접종했다. 정 청장은 “고혈압 약을 먹고 있지만 잘 컨트롤하고 있다. 예방접종에 대비해 어제 많이 잤다”고 말했다. 접종한 후에는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며 “오늘 내가 얼마나 아픈지 잘 봐야겠다. 시간대별로 일기를 쓸까”하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국제 백신 공유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 추가 도입 물량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새로 들여오는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21만6000명분, 화이자 14만8500명분으로 각각 3일과 6월에 국내로 반입될 예정이다. 정부가 화이자사와 개별 계약한 화이자 백신도 4월 50만 명분, 5월 87만5000명분, 6월 162만5000명분을 들여오기로 했다.

이미지 image@donga.com·이지윤 / 청주=이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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