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표 공공개발, 주민 갈등 불씨로… “LH 못믿어” vs “신속 추진”

김호경 기자 , 이지윤 기자

입력 2021-04-02 03:00 수정 2021-04-0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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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개발 후보지 주민 반응 엇갈려

도심 역세권과 저층 주거지 등을 공공 주도로 개발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 주민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사업 추진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이 사업의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영등포역 뒤편의 주택가.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누가 개발하건 신축 아파트 싸게 지어주면 좋죠.”(서울 도봉구 방학역 인근 주민)

“오른 시세만큼 제대로 보상을 해줄까요. 더군다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요?”(서울 은평구 연신내역 인근 주민)

지난달 31일 공공이 역세권이나 노후 주거지를 고층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후보지 선정을 철회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등장했고, 공공 주도 개발 방식을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 간에 갈등 조짐이 있는 지역도 있었다.

○ 공공개발 찬반 놓고 주민 갈등 조짐도

1일 찾은 서울 은평구 옛 증산4구역이 대표적이다. 지하철 6호선 증산역에 맞닿은 동네로 오래된 4층 이하 빌라와 단독주택이 옹기종이 모여 있다. 정부 계획대로 개발되면 아파트 4139채가 들어설 수 있다. 후보지 21곳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알짜 입지’로 꼽히는 만큼 찬반이 극명하게 갈렸다. 2019년 6월 뉴타운 해제 이후 외지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며 이해관계가 복잡해졌다. 공공주도 개발을 찬성하는 소유주로 이뤄진 ‘재개발 추진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은평구에 후보지 지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민간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민도 적지 않다. 김연기 전 증산4구역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LH를 어떻게 믿고 소유권을 넘기냐”고 말했다. 그를 포함한 주민 371명은 후보지 발표 직전인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반대 입장문까지 전달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전망도 엇갈렸다. 사업을 추진하려면 소유주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한 공인중개사는 “신속한 사업 추진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낙관적이었다. 반면 다른 공인중개사는 “대지 면적이 넓은 단독주택 소유주들은 시세보다 싸게 땅을 넘겨야 하는데 선뜻 동의해주겠냐”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 공공개발 후보지 지정 철회 청원 등장



소유주들은 공공기관이 땅값을 시세대로 보상해주겠냐라는 점에 의구심을 보였다. 도심 공공개발은 소유주가 LH 등 공공기관에 소유권을 완전히 넘기되 아파트나 상가 입주권을 받는 방식이다. 기존 자산 가치에 대한 감정평가액은 통상 시세의 70% 정도이기 때문이다.

최근 시세가 크게 오른 곳에서는 공공개발이 손해라는 인식이 강했다. 지하철 3·6호선 연신내역 주변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이 연신내역을 지나게 되면서 지난해 투자자가 대거 유입됐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매물이 없어서 못 팔았을 정도”라며 “시세가 급등해 감정가가 실거래가의 3분의 1에 그칠 텐데 누가 공공개발을 하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한 건물주는 “보상만 제대로 해준다면 LH가 시행하더라도 동의해줄 의향이 있다”고도 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영등포역 역세권에 대한 후보지 지정을 철회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일대 주민들은 공공재개발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공공재개발 추진 지역 일부가 도심 공공개발 후보지인 영등포역 역세권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이 도심 공공개발로 추진되면 공공재개발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는 이달부터 주민설명회를 열고 사업계획을 제시하며 주민 설득에 나선다.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은 이날 라디오에서 “민간 개발을 원하면 그걸 선택하면 된다”면서도 “우리 사업(도심 공공개발)은 공공성을 갖고 하기에 지역 커뮤니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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