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허덕이던 떡집, 은행원들 컨설팅 받고 온라인 판로 뚫었다

신나리 기자 , 신지환 기자 , 김형민 기자

입력 2021-04-01 03:00:00 수정 2021-04-01 07:5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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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01주년/리빌딩 대한민국/1부]포스트 코로나, 공존금융이 온다
<1>자영업자와 ‘동행’하는 금융권


《 2021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는 ‘리빌딩 대한민국’의 원년이다. 바이러스 확산이 잦아들어도 고소득자 및 자산가, 저소득층 및 청년 등 사회 취약계층이 체감하는 경제 회복 속도에서 차이가 나타나는 ‘K자형 양극화’가 우려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탈적 금융에서 벗어나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금융’이 대두됐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청년, 창업가, 소상공인,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하는 ‘공존금융’이 주목받는 이유다.》


충남 아산시 배방읍에서 떡집을 하는 이정인 씨(45·여)는 코로나19가 덮친 지난해 2월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픈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꾸리려고 ‘하보리떡방’을 차린 건 2019년 8월. 반년 만에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반 토막 났다. 한 달에 1500만 원씩 쌓이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 2년간 살았던 아파트까지 팔아야 했다.

나라에서 주는 재난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 소상공인지원센터를 찾아간 이 씨는 ‘희망으로 같이가게’ 프로젝트를 소개받았다. 신한금융그룹이 중소벤처기업부와 손잡고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선정해 온라인시장 진출을 돕는 사업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신청했다.


그날 이후 이 씨에겐 든든한 우군이 생겼다. 신한금융 직원들은 통신판매업 등록부터 온라인 판매를 위한 제품 구성, 홍보영상 제작, 마케팅을 제 일처럼 도왔다. “온라인에 진출하려면 챙길 게 너무 많아 포기하는 자영업자가 꽤 있어요. 그런데 기업 인큐베이팅하듯 금융회사 직원들이 도와주니 버틸 힘이 생기더군요.”

그렇게 하보리떡방은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운영하는 ‘동반몰’에 이어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에 진출했다. 온라인 판로가 열리자 터널 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온라인 매출이 매장 내 판매보다 많다. 월 매출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2배로 뛰었다.

“주문이 다시 늘어 새벽 5시에 나와 밤 9시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을 찾았어요.” 이 씨는 고마운 마음을 한 자씩 눌러 담아 신한금융에 감사 편지를 보냈다.

○ 은행 밖으로 나온 은행원들, 소상공인 재기 도와

코로나19 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들은 은행의 핵심 고객이다. 이들이 재기에 성공하면 은행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게 ‘공존금융’의 정신이다. 은행의 전통 역할인 금융 지원만을 뜻하는 건 아니다. 금융사의 노하우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소상공인의 재기를 돕고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는 공감대도 커지고 있다. 은행원들이 은행 밖으로 나온 이유다.

서울 종로구 북촌길에서 공유숙박 ‘하노크북촌’을 운영하는 서영준 대표(27)는 2017년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한옥 비앤비를 시작했다. 미국, 유럽, 동남아 등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손님들로 북적였던 한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손님이 뚝 끊겼다.

매달 200만 원 넘는 유지비용이 버거워 폐업을 고민하던 서 대표는 우연히 취업박람회에서 KB국민은행의 ‘소호 컨설팅’을 접했다. 국민은행 컨설팅 전문가들은 외국인 대신 국내 관광객으로 타깃을 바꿀 것을 조언했다. ‘파워 블로거’ 출신의 은행원들은 적정 숙박비 설정, 예약 채널 확대는 물론이고 마케팅, 홍보까지 발 벗고 도왔다.

폐업 기로에 놓였던 하노크북촌은 이제 6월까지 주말 예약이 꽉 차 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매출은 갑절 이상으로 늘었다. 서 대표는 “도움이 필요한 자영업자는 주저 말고 금융회사 컨설팅을 받아 보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 금융권 사회공헌, 이제 경영 전략 혁신으로

금융사들이 기업들에 자금만 지원하는 게 아니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을 키우는 플랫폼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출신 이인표 대표(37)는 2018년 11월 ‘브레싱스’라는 스타트업을 차렸다. 사물인터넷(IoT)을 이용해 호흡기 질환을 관리하는 스마트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회사였다. 아이디어만 믿고 창업했지만 법인카드는 어떻게 쓰는지, 영수증 처리를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다.

이 대표는 결국 지난해 1월 IBK기업은행의 스타트업·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 ‘IBK 창공’의 문을 두드렸다. 은행 직원들은 인사, 노무 관리부터 판로 개척, 투자자 연결까지 도왔다. 기업은행이 직접 투자한 것을 넘어 롯데 등으로부터 투자까지 받았다. 이 회사는 올 1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1’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이 대표는 “은행 도움으로 캄캄한 안갯속을 벗어난 기분”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사회공헌 지출은 일반 기업보다 높은 편이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기업 등 6개 은행의 평균 사회공헌 지출비용은 1547억 원(2019년 기준). 이익의 9.2%를 차지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220개 기업의 평균 사회공헌 지출액은 이익의 4.0%인 136억 원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사회공헌 활동을 점검하고 발표할 정도”라고 했다.

과거 정부나 정치권이 금융사의 사회공헌 활동을 압박하고 주도했지만 최근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등을 통한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와 경영전략이 더 중요해지는 추세다.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팔 비틀기 식으로 금융사들에 사회공헌을 종용할 게 아니라 이들이 조성한 자금이 필요한 곳에 알맞게 쓰이는지, 새는 돈은 없는지 사후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지환·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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