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눈앞에 닥친 백신 부족… 전문가들 “접종 간격 연장은 신중해야”

유근형 기자 , 김성규 기자 , 조종엽 기자

입력 2021-04-01 03:00 수정 2021-04-0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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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대책,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국제 백신공유 프로젝트)’를 통한 화이자 백신 2차 물량 도입이 사실상 확정됐다. 정부 관계자는 31일 “코백스가 공급하는 화이자 추가 물량의 규모와 시기가 거의 확정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코백스를 통한 화이자 도입은 2월 말 1차(5만8500명분) 이후 2번째다. 다만 추가 물량은 수십만 명분 정도로 알려져 백신 수급 불안을 잠재우는 건 어려워 보인다.

최근 여러 국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유행하면서 백신 수급난이 가중되고 있다. 그 여파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일부 물량의 국내 도입이 미뤄지고 규모도 축소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 “백신 접종 간격 연장은 신중해야”

3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에 이미 도입됐거나 2분기 중 추가 도입이 확정된 백신 물량은 약 890만 명분이다. 정부가 밝힌 상반기(1∼6월) 접종 대상자 1214만 명에서 약 324만 명분이 모자라는 수치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의 상반기 접종 목표가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1, 2차 접종 간격을 지금의 10주에서 12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허가 과정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1, 2차 접종 간격을 4∼12주로 규정했고, 12주에 가까울수록 효과가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차 접종을 위해 쌓아둔 걸 1차 접종에 쓰는 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 “백신 수출 제한은 비현실적 조치”

일각에선 국내에서 위탁생산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해외 수출을 막아서라도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국내에서 생산된 백신은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저개발국가로 가는 물량도 있는데, 이를 중간에 가로채는 건 도의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 백신의 도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주한 러시아대사관은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이 스푸트니크V 백신의 의약품 등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정부는 공식 부인했다. 하지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스푸트니크V를 50개국 넘게 접종하고 있고 예방효과도 91%로 아스트라제네카보다 높게 나온 만큼 크게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화이자는 12∼15세 청소년에게도 자사 백신이 높은 예방 효과와 안전성을 보였다고 31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화이자 등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의 12∼15세 22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3상 시험 결과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100%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자가 가짜 약을 투여한 집단에서는 18명 생겼고, 백신 투여 집단에서는 없었다. 현재 미국에서 화이자 백신은 16세 이상에 사용이 승인돼 있다. 화이자 측은 조만간 각국 규제 당국에 12∼15세 대상 사용 허가를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근형 noel@donga.com·김성규·조종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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