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자동차 변위센서 생산기업… “글로벌 트루윈 도약할 것”

정상연 기자

입력 2021-04-01 03:00 수정 2021-04-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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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이 미래다]㈜트루윈

㈜트루윈 대전 본사 전경. 이곳은 약 5만9504㎡(약 1만8000평) 규모로 축구장 8배에 달한다.

최근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 산업 비중이 높아지면서 차량 센싱 기술의 가치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 차량 센싱은 다양한 측정 대상으로부터 정보를 확인해 전기신호로 바꾸는 작업을 일컫는데 최근 들어서 차량에 필요한 정보 종류 등이 점차 다양화하고 있다. 또 차량 안전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센서를 통해서 안전도를 높이려는 시도도 늘어나고 있다. 멀리 미래차까지 갈 필요가 없이 현재도 센싱 기술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해외선 이미 센서 산업이 전장 주요 산업으로 각광받는 분위기다.

국내서도 많은 기업들이 전장 센서 분야에 도전했지만 대부분은 높은 진입장벽 탓에 포기했다. 개발비용이 적지 않고 사업화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다.

2014년 코스닥에 상장된 ㈜트루윈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변위 센서 원천기술을 확보했고 이를 발판 삼아 지속적으로 센싱 기술을 확장해나가는 기업이어서 주목된다.

이는 무엇보다 자동차의 전장화에 따른 자동차 전장 제어의 핵심기술인 반도체(Asic)의 설계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두드러진다. 이 밖에 적외선 열화상 센서 및 카메라 모듈 관련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차량 안전성과 관련해 주목받는 센싱 기술이다. 미래차 성장과 더불어 성장할 기업으로 꼽힌다.


핵심원천기술 확보에 주력


㈜트루윈이 생산하는 제품
대전에 위치한 트루윈은 자동차 전장 핵심 부품인 액셀러레이터 페달 센서(APS), 스톱램프 스위치(SLS) 등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장 센서 부문은 정밀성과 안전성 모두 높은 기준을 요구하기에 진입장벽이 높게 형성돼 있지만 트루윈은 사업 초창기부터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서 기술을 확보해 나갔고 진입장벽이 높았던 센서 기술을 차츰 국산화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트루윈은 해외에서 수입한 센서칩을 가공해 대기업에 납품하던 국내 관행을 깨뜨리고 국산차에 들어가는 국산 센서 기술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회사 기술 성장의 핵심 발판은 2006년 설립 당시부터 R&D를 주도한 기업부설연구소가 꼽힌다. 부설연구소를 통해 근접센서의 원리를 이용한 차량용 스위치, 미등 및 정지등을 겸하는 정지스위치센서와 전자식 스탑램프 스위치 등 자동차 주요 부품들을 연이어 개발하는 데 성공하면서 일약 국내 전장 센서 부문에서 주목할 기업으로 떠올랐다. 현재도 창업 초기에 개발된 센서들은 하나하나 자동차 산업을 비롯해 신산업분야 공급망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높은 진입장벽에도 불구하고 트루윈이 전장 센서 부분을 주목하고 이 분야에 뛰어든 이유가 있다. 트루윈 남용현 대표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삼성 SDI연구소 선임연구원과 동희산업 연구소장을 지냈다. 그는 “여러 완성차 업체들이 센서 결함으로 고민할 때 이를 기술적으로 해결해 준 경험이 있다”고 회고했다. 그때 차량 센서 기술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미래차 시장 성장과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점을 직감했다. 한 차례 사업 경험을 거쳐 2006년 고향인 대전에 자리 잡고 처음부터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지역을 대표하는 기술혁신 기업으로 자리 잡으며 꾸준한 제품 개발과 국산화 성공으로 트루윈의 비전은 국내를 넘어 세계를 향하고 있다.


시장분석과 대비 통해 미래차 시장 기대감 커져


남 대표는 공학도 출신으로 분석과 계산을 통해 답을 얻고자 노력한다. 그는 “센서 기술이 미래차 시장에서 특히 중요해질 것이라는 예상은 적중했고 최근 전기차의 수요 증가와 해당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루윈은 전기차용 부품 공급에 잇달아 성공하며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달 현대차 아이오닉5에 ‘SLS 센서’를 독점 공급하는 성과를 거둔 게 대표적이다. ‘SLS’는 브레이크 페달 움직임을 감지해 차량 브레이크 램프 점등 신호를 출력하는 비접촉식 스위치로 내구성이 뛰어나 기존 기계식 스위치 대비 물리적 마모가 적으며 접점 불량도 없는 것이 장점이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중국의 전기차업체 ‘니오’에 전기차용 센서인 ‘BPS(브레이크 페달 센서)’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2022년 상반기 내 6만 개 초도물량을 공급할 계획이다. 남 대표는 “꾸준히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 맞춰 제품 수출량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루윈은 지속적인 사업다각화 전략을 통한 수익성 개선으로 2020년 매출액 377억 원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27% 성장했다. 영업이익, 당기순이익도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국내 전장 센서 분야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 비결을 묻는 질문에 트루윈 남 대표는 “자동차 센서시장 특성상 원천기술만이 살 길이라는 것을 알고 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시장서 요구하는 높은 기술 수준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했으나 현재는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벌리는 장점이 됐다”고 덧붙였다.


기술 수준도 글로벌 기업과 어깨 나란히


트루윈이 선보이고 있는 많은 센서 부품 중에서도 압력센서인 ‘IPS’와 변위센서인 ‘EPS’, 열상센서인 ‘IR센서’가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다. ‘IPS’는 금속이나 세라믹에 가해지는 유압 또는 대기 압력의 미세 변위를 이용해 압력을 측정하는 센서로 각종 압력에 반응하는 미세단위의 기계적 변위까지도 측정하는 게 기술력이다. 기존 기술과 차별화된 원천기술을 확보하면서 현재 트루윈이 확보한 관련 특허만 약 20건에 이른다.

‘EPS’에는 금속 물체의 접근 유무를 판단해 각종 위치 정보를 측정하는 기술이 담겨 있다. 자석 없이 금속 자체의 유무를 감지하는 원천기술을 확보했는데 관련 특허도 약 40건에 이른다.

‘IR센서’는 생체 또는 각종 기계로부터 발생하는 열발생 정보를 측정하는 센서로 트루윈은 반도체 표준 공정을 이용해 기존 가격 대비 20% 수준 내에서 관련 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관련 특허가 약 10건에 이르는데 활용 폭이 넓어 방범이나 의료 자율주행 등에서도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5년에는 관련시장 규모가 약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에 접목할 경우 규모는 25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월 한화시스템과 열상 모듈 및 제품 사업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IR센서’ 및 열상엔진모듈 양산에도 능력을 갖춘 트루윈은 한화시스템이 자체 개발한 지능형 열상엔진모듈 ‘퀀텀레드’를 주문자상표부착 방식(OEM)으로 독점 생산해 공급한다.

두 회사는 퀀텀레드를 활용해 자율주행 자동차용 열상카메라 나이트비전에 대해 공동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사람이나 사물 온도를 근거리에서 정밀 측정하는 소형 및 저가 지능형 열상엔진모듈 개발도 논의 중이다.

한편 트루윈의 센서 기술이 최근 급성장해 자동차 센서 명가인 독일 보쉬, 일본 덴소 등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만한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 전시회 등이 올스톱 돼 트루윈 기술을 선보일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든 가운데서도 다수 글로벌 기업들이 협업을 제안해 기대감이 크다.


열영상 카메라 ‘써모비’ 출시


㈜트루윈의 열화상 카메라 ‘써모비’.
트루윈의 자체 개발 역량과 기술력이 담긴 열영상 카메라인 ‘써모비’도 최근 주목받는 제품이다. 이 회사는 코로나19로 급증하고 있는 열영상 카메라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열영상 카메라 써모비를 시장에 선보였다. 코로나19 유행 초창기에 출시되면서 시장 형성기에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낸 제품이다.

써모비는 생체 온도인 32도에서 42도 사이의 온도 구간에서 0.3도 내의 정밀성을 갖는 절대온도 측정용 열영상 카메라다. 이미 양산 체제를 구축한 해상도 80×60의 적외선 열영상 센서가 탑재돼 직접 인체 및 동물의 온도를 정밀히 측정할 수 있다. 트루윈은 NNFC(나노종합기술원)와 공동 개발을 마친 CMOS 전용 공정을 활용해 원가를 절감한 대량생산 기술을 확보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후속 제품인 ‘써모비_T’를 출시했다. 태블릿 PC와 일체형으로 개발돼 쉽고 편리한 이용이 가능하다. CIS(CMOS 이미지 센서) 카메라와도 연동돼 기존보다 더 정밀하게 온도 측정을 할 수 있으며 원격제어를 통해 누구나 손쉽게 유지 보수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남 대표는 “써모비는 현재 정부기관 및 관공서 공급을 위한 조달청의 업체등록을 마쳤을 뿐 아니라 전국의 일반 소매 및 기업 간 거래(B2B) 판매 등에서 두루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전 지자체와 지역 내 소상공인에게 합리적인 납품을 위한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며 “지역경제가 다시 살아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상연 기자 j301301@donga.com


한우물 판 우직한 경영… “열의와 정성이 경쟁력”


㈜트루윈 남용현 대표 인터뷰


㈜트루윈의 남용현 대표.
“자동차 센서와 시스템 반도체 사업영역은 바이오산업과 유사합니다. 기술개발에 3∼5년 투자하고 임상을 하고 시장에 성공적인 안착을 하면 롱런을 하는 방식이죠.”

엔지니어 출신인 트루윈 남용현 대표는 “전장 센서 사업도 원천기술을 다루는 사업”이라며 “바이오산업과 유사점이 많다”고 말했다. 비록 바로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우직하게 투자와 연구를 밀어붙여야 훗날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남 대표는 한우물만 판 덕분에 전장 센서 국산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루윈의 장인정신은 업계에선 정평이 나있다. 고객사가 원하는 내구성 테스트가 1000만 번 정도여도 12배인 1억2000만 번 테스트를 할 정도다. 남 대표는 “센서의 핵심은 인식률과 내구성인데 자동차에 들어가는 만큼 단 한 건의 불량도 있어선 안 된다는 게 철칙이자 소신”이라고 말했다. 트루윈 제품에 대한 리콜 사태는 창립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없다.

현재 트루윈은 130여 명의 임직원이 대전 본사에서 근무 중인데 매출의 10% 이상을 이 회사의 연구개발에 투자할 정도로 기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남 대표는 ‘열의와 정성’이라는 사훈을 내걸고 모든 일에 솔선수범한다. 직원들에게도 애사심이나 성과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 대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살리면서 회사와 함께 성장하라고 말한다. 장인정신은 강요가 아니라 동기부여를 통해서 이뤄진다는 점을 남 대표는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트루윈은 2006년 창업 이래 국내 전장 센서 부문 국가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남 대표는 2014년에는 해외에 의존하던 센서 기술 국산화 성과를 바탕으로 코스닥에도 상장했다. 그는 “리스크를 안고 한우물을 파는 것은 어리석지만 주어진 환경과 기술력, 인력, 시장을 예측하는 안목 등을 기반으로 집중해 나간다면 국내 많은 벤처기업들이 유니콘(시장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벤처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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