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남동 테슬라 화재 원인 4개월째 미궁

이기욱 기자 , 박종민 기자

입력 2021-03-31 03:00 수정 2021-04-01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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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사고기록장치 분석 어려워
해외 첨단장비 도입했지만 난항
테슬라측 “기계적 결함 없다” 주장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고급아파트 지하주차장 벽을 들이받은 테슬라 전기차에서 불이 나 대형 로펌 변호사가 숨진 지 4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사고 원인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사고 원인을 밝힐 결정적 단서로 꼽혔던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가 해외에서 들여온 전문 장비로도 풀리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경찰로부터 사고 차량 분석을 의뢰받은 국과수는 기존 장비로는 EDR의 분석이 어려워 지난달 3일 테슬라의 기록 정보를 추출할 전용 장비를 해외에서 들여왔다. 대당 580만 원가량 하는 이 장비는 모든 테슬라 차종의 EDR 기록 정보를 추출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장비 도입도 현재까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과수는 이달 중순 서울 용산경찰서에 “EDR 분석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왔다. 서 의원실이 제출받은 자료에서 국과수는 “사고로 인해 EDR이 크게 손상돼 기록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정보 확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전문가들에 따르면 차량의 사고 원인을 분석하는 데 EDR은 가장 중요한 열쇠다. 한 전문가는 “EDR 기록 정보에는 차량의 속도나 가속페달 및 브레이크 작동 여부뿐만 아니라 엔진 회전 수나 핸들의 각도 같은 세세한 내용도 담겨 있다”며 “사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EDR은 사고로 경미한 손상을 입더라도 일부 정보는 추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사고 차량의 EDR은 화재로 큰 손상을 입어 정보 확인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모든 테슬라 차량은 원격 송수신 기능을 탑재해두고 있다. 테슬라 측에서는 이미 원격으로 사고 차량의 EDR 정보를 확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만약 국과수가 사고 차량 분석에 실패할 경우 경찰은 테슬라 측에서 제공하는 자료에만 의존해 수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현재 테슬라 측은 “사고 차량에 기계적 결함은 없었다”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아무래도 자동차 제조사로선 자사 제품의 평판 때문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만 제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국과수 자체 분석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테슬라 측이 제공하는 일방적인 정보를 토대로 진행한 수사 결과에 객관성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테슬라코리아 측은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기욱 71wook@donga.com·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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