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경영권분쟁, 3%룰 첫 영향 지분 밀리는 장남 판정승… 재계 긴장

변종국 기자 , 서형석 기자

입력 2021-03-31 03:00:00 수정 2021-03-31 05: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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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한국앤컴퍼니 감사위원… 장남 추천 인사 주총 표대결 승리
대주주와 뜻 다른 감사 또 등장… 견제 강화 vs 갈등 확대, 시선 갈려
대한방직서도 소액주주 제안 통과





‘감사위원 1명은 반드시 이사와 별도로 선임하고, 이때 대주주 의결권은 3%로 제한한다’는 이른바 ‘3% 룰’이 경영권 분쟁에 영향을 미친 첫 사례가 재계에서 등장했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 지주사)에서 주주총회 표 대결로 최대주주와 다른 측의 감사위원이 선임됐다. 아버지와 차남이 손을 잡으면서 경영 일선에서 밀려난 장남이 3% 룰을 활용해 본인이 제안한 감사위원을 넣은 것이다. 경영권 장악력이 약한 일부 대기업들은 한국앤컴퍼니의 사례를 보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30일 한국앤컴퍼니 주총에서는 이한상 고려대 교수(경영학)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 교수를 추천한 건 지분에 밀려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차남)에게 그룹 경영권을 내줘야 했던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장남)이다. 지난해 6월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아버지)은 차남에게 보유 지분(23.6%)을 모두 넘겼다. 장남은 강하게 반발했다. 장남은 2월 대표이사 사임 의사를 표명하는 동시에 주주 제안으로 이 교수의 감사위원 선임안을 올리는 카드를 꺼냈다.

지난해 말 기준 차남은 한국앤컴퍼니 지분 42.9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장남은 19.32%, 조희원 씨(차녀)는 10.82%,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장녀)은 0.83%를 갖고 있다.

지분만 보면 차남이 월등히 유리하다. 하지만 장남은 3% 룰을 이용했다. 지분이 아무리 많아도 이사와 별도로 선임하는 감사위원에 대해서는 3%까지만 인정하기 때문에 장남과 차남 모두 3%의 지분 행사만 가능해졌다. 여기에 소액주주 일부와 5%에 못 미치는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도 장남 손을 들어 주면서 반격이 가능해졌다.

이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나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소액주주들이 왜 나를 감사위원으로 지지했는지부터 차근차근 고민해 보겠다. 회사 상황을 잘 파악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돕겠다”고 말했다. 한국앤컴퍼니 측은 이 교수 감사 선임에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감사위원은 기업 경영진이나 지배주주 일가의 직무 등을 감시하고 기업 살림살이를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는 자리다. 경영진으로서는 존재만으로도 껄끄러울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감사위원 1명은 이사회와 별도다. 대주주 입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위치에서 경영진을 적극 견제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한전선의 옛 계열사인 대한방직의 26일 주총에서도 주주제안으로 추천된 안형열 후보가 비상근 감사에 선임됐다. 대한방직은 자산 규모가 2조 원 미만이라 3% 룰을 적용 받는 대상은 아니지만 소액주주들이 뭉쳐 대주주(지분 25.6%)에 대항할 수 있는 3년 임기의 신임 감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경영진과 대립하는 감사위원 선임에 대해서는 대주주 입김에서 벗어나 경영진에 대한 따끔한 감시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와 회사 내 갈등이 커져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이 공존한다. 재계 관계자는 “회사와 감사위원이 건설적인 관계가 되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대립각이 커지면 되레 회사 발전에 장애가 될 수 있다. 감사위원 역할을 어떻게 정립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가 새롭게 부각될 수 있다”며 “매년 3% 룰이 기업들의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종국 bjk@donga.com·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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