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사위’ 조현범 독주체제에 개미들 반란…‘손톱 밑 가시’ 심었다

뉴스1

입력 2021-03-30 18:24 수정 2021-03-30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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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47·사진).2019.11.21 © News1

한국타이어 지주사와 계열사 주주총회에서 형제간 맞붙은 표 대결에서 장남 조현식 부회장과 차남 조현범 사장이 장군멍군을 주고받았다. 지분상 조현범 사장의 경영권 장악에는 큰 무리가 없지만 지주사 감사위원에 조현식 부회장 측 인사가 선임되면서 최소한의 견제장치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조 부회장과 조 사장은 30일 오전과 오후 각각 열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한국앤컴퍼니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에 돌입했다. 오전 열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총에서는 조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오후 한국앤컴퍼니 주총에서는 조 부회장이 제안한 이한상 고려대 교수 사내이사 겸 감사위원 선임 안건을 두고 각각 세 대결에 나섰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총에서는 조현범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과 조 사장 측이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후보자로 낸 이미라 제너럴일렉트릭(GE) 한국 인사총괄 선임 안건이 통과되며 차남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혜웅 비알비코리아 어드바이저스 대표이사를 내세운 조양래 회장의 차녀 조희경 이사장 측은 고배를 마셨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해 말 기준 한국앤컴퍼니가 30.67%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이어 국민연금 8.66% 조양래 회장 5.67%, 조 이사장 2.72%, 조현범 사장 2.07%, 차녀 조희원씨 0.71%, 조현식 부회장 0.65% 순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른바 ‘3%룰’로 캐스팅보트를 쥔 소액투자자들은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서 조 사장의 손을 들어주며 안정적 경영에 힘을 실어줬다. 조 사장이 낙승을 거두며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주총도 싱겁게 마무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그룹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주총에서는 소액주주들이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며 대이변을 연출했다.

한국앤컴퍼니는 조현범 사장이 42.90%의 지분율로 최대주주 위치를 공고히 지키고 있다. 조현식 부회장(19.32%)과 차녀 조희원(10.82%), 국민연금(5.21%) 등의 지분을 모두 합쳐도 조 사장 지분에 크게 못미친다.

하지만 조 부회장이 지난 2월 한국타이어가 경영권 분쟁 논란에 책임지고 대표이사직 사임 의사를 밝힌데 이어, 이한상 고려대 교수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하자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 주주 표심을 흔들었다.

아울러 조 사장이 감사위원 후보로 내세운 김혜경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의 이력도 도마에 올랐다. 김 후보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역임한 인물이어서 감사위원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전 대통령의 사위가 이끄는 회사에 친MB 인사가 감사위원으로 선출되는 데 따른 독립성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국민연금은 공개적으로 이한상 교수 선임에 찬성 입장을 밝히며 조 부회장 지지 의사를 밝혔다. 소액주주들 역시 감사위원에 친인척 관련 인사가 임명되는데 대한 반감·우려에 공감하며 이 교수 선임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조 사장이 3%룰 이변의 첫 사례로 기록되면서 향후 그룹 운영 과정에서 일방독주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거수기’ 사외이사 대신 선출된 조 부회장측 이한상 교수는 ‘손톱 밑 가시’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조 사장의 지분율이 압도적인 만큼 한국타이어 그룹 지배구조 굳히기 작업에는 큰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의 역할이 제한적인 만큼 무리한 사안이 아닐 경우 주요 의사결정에 있어서 조 사장의 경영권 행사에도 큰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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