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에게도 재난지원금?…“돈 엄청 뿌리네요, 벌써 4번째”

김광현 기자

입력 2021-03-30 11:51 수정 2021-03-3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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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오늘 오전 지인 A씨로부터 사진이 담긴 카톡을 받았다.

사진은 중소기업벤처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급하는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플러스’ 지급 안내문을 찍은 것이다.

카톡 내용은 “돈 엄청 뿌리네요. 저 같은 사람한테도 주다니 ㅋㅋ”
A씨는 서울 시내 중심부에 건물을 가지고 있는 우스개 소리로 조물주 위에 있다는 이른바 ‘건물주’다.
조그만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업종이 여행사이다보니 당사자의 재산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코로나19의 피해사업자로 분류해 지급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급 대상으로 선정된 본인도 씁쓸한 기분이다. A씨는 “벌써 4번째 받는 것” 이라며 “이러다가 (우리나라도) 아시아의 베네수엘라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같은 카톡을 받은 지인 B씨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그런데도 “저는 한 번 밖에 못받았는데요” “이번은 대상이 아닌 모양이네요”라고 답글을 달았다.

긴급상황이라 충분한 심사를 거치지 못하고 지급대상을 선정하는 것은 일견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한정된 행정력을 가지고 당사자의 재산상태까지 일일이 점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동아일보가 재난지원금 지급 10개월을 맞아 심층 기획취재를 한 결과 “재난지원금으로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도 많았지만 형평성 때문에 “분통이 터진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많았다.

현장 실사가 이뤄지지 않아 무자격자에게 세금이 줄줄 샌다는 지적도 있었다. 서류만으로 심사를 하기 때문에 실제 영업을 하고 있지 않았는데도 사업자등록증만 제출하면 지원금이 나온다는 것이다.

업종간, 피해정도에 따른 형평성 문제도 있지만 재산상태를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코로나19를 버틸 수 있는 건물주에게까지 국민의 세금이 돌아가고, 정작 받아야 좋을 사람에게는 돌아가지 못하는 일이 재난지원금 지급 현장에서 숱하게 벌어지고 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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