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어촌마을서 인구 15만명의 ‘젊은 도시’로 탈바꿈

이형주 기자

입력 2021-03-31 03:00 수정 2021-03-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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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천국' 여수]포스코 광양제철소
기업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 만들고
광양시와 함께 출산-육아 지원도


작은 어촌마을이던 전남 광양은 인구 15만 명이 넘는 젊은 도시로 탈바꿈했다. 광양의 도약에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광양만에 위치한 광양제철소 전경. 광양제철소 제공

전남 광양은 1980년대 초반까지 갯벌과 포구가 있는 작은 어촌 마을이었다. 1987년 포스코 광양제철소 고로가 처음으로 쇳물을 쏟아낸 이후 젊음과 활력이 넘치는 도시로 탈바꿈했다. 광양시는 2025년까지 시민 27만 명이 사는 신성장 산업도시를 꿈꾸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광양이 신성장 산업도시로 도약하는 데 중심 축 역할을 하고 있다.


○ 어촌에서 젊은 도시로

전남 동쪽 관문인 광양은 경남 하동군과 전남 순천시, 여수시를 접하고 있다. 광양은 463km²넓이로, 소백산맥 줄기인 백운산(해발 1222m)과 영호남을 가로지르는 섬진강 그리고 평온한 광양만을 끼고 있다.

고려시대부터 광양(光陽)이라고 불렸는데 ‘따뜻하게 빛나는 햇살’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조선시대 어사 박문수는 임금이 “살기 좋은 지역이 어디인 것 같은가”라고 묻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백성이 좋은 곳으로는 조선에서는 전라도요. 전라도에서는 광양입니다”라고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광양은 1980년대 초반까지 인구가 8만 명 정도인 어촌이었다. 이후 1985년 9만 명, 1986년 11만 명, 1987년 13만 명으로 늘었다. 광양제철소가 문을 열면서 제철소 1고로가 건설되고 쇳물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면서 인구가 점차 증가했다. 광양 인구는 2011년 15만 명을 넘어섰고 올 2월 말 현재 15만2591명으로 집계됐다.

광양의 평균 연령은 40.8세로 전남에서 가장 젊은 도시다. 전체 시민 가운데 4만232명(28%)이 18∼39세 청년이다. 광양지역 합계출산율은 전남 5개 시 가운데 1위이며 전국에서 7위다. 정승재 광양시 인구정책팀장은 “광양에 청년들이 많이 사는 것은 광양제철소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광양제철소는 조강생산량 1위 제철소로 성장하면서 임직원 6300명, 협력사 임직원 8500명 등 1만5000명이 근무하는 글로벌 제철소가 됐다. 광양제철소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강판은 물론 고강도 열연, 후판 등을 만들고 있다.


○ 기업 유치로 일자리 창출


광양제철소가 속해 있는 포스코그룹은 2010년 이후 전기자동차에 쓰이는 2차 전지 소재산업인 양극재 공장을 비롯해 후판공장 등 10여 건의 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10년 동안 광양제철소가 신규 채용한 인원은 2000명이 넘는다.

광양 제철소는 2019년 연간 6000t 생산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준공하는 등 앞으로 연간 8만t 규모로 생산 능력을 키울 계획이다. 장형곤 광양시 경제복지국장은 “광양제철소 때문에 신산업 동력이 탄력을 받아 연착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광양시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투자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8년 14개, 2019년 25개, 지난해 18개 기업을 유치한 광양시는 올해 30개를 유치한다는 목표다. 투자 유치 목표액은 1조5000억 원이다. 광양시가 기업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은 2018년 2건, 2019년 12건, 지난해는 무려 16건이었다. 광양시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유치한 기업은 87개, 투자금액은 2조1900억 원, 고용인원은 2196명이었다.

광양시는 2009년부터 일자리 교육기관인 광양만권 H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센터는 이론과 현장 경험이 풍부한 강사진이 개별맞춤 교육을 해 수강생 자격증 취득률이 250%에 달한다.

광양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출산, 육아지원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광양시는 19일 육아종합지원센터 문을 열었다. 학부모 김모 씨(36·여)는 “아이들을 키울 때 필요한 공간이 육아종합지원센터에 모두 갖춰져 있다”며 “놀이 체험실 등이 잘 꾸며져 있어 아이가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광양시의 출산, 육아정책에 맞춰 광양제철소도 상생형 공공직장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집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일해도 회사에서 일한 것과 동일한 급여와 승진 기회를 주는 ‘경력단절 없는 육아 재택근무제’도 시행하고 있다.

광양제철소 퇴직 직원 90% 이상이 퇴직 이후 광양에 머물고 있다. 조규홍 씨(67)는 포스코에서 35년간 근무하다 2014년 퇴직했다. 포스코 근무기간 중 28년은 광양제철소에서 일했다. 전북 익산 출신인 조 씨는 현재 광양시 봉강면 당저마을에서 이장을 맡고 있다. 조 씨는 “광양은 교통이 편리하고 정주여건이 좋아 은퇴 이후 정착지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광양에는 광양제철소 백운아트홀과 복합문화시설인 LF스퀘어가 있다. 전남 동부권 최초 공립예술학교인 한국창의예술학교가 개교했고 전남도립미술관이 최근 개관하는 등 문화시설도 늘고 있다. 김지용 포스코광양제철소장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해 광양시가 꿈꾸는 인구 20만 명 자족도시 실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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