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자신이 주도한 임대차법 피하려 꼼수 의혹”… 불명예 퇴진

황형준 기자 , 세종=남건우 기자

입력 2021-03-30 03:00:00 수정 2021-03-30 09: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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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민심에 놀란 당정청]文정부서 1년 9개월 정책실장 맡아
부동산 규제-한국판 뉴딜 등 총괄… “목돈 필요해 전세금 올렸다” 주장
‘통장에 부부 예금 14억원’ 논란… 참여연대 시절 ‘재벌 저격수’ 불려
공정위원장땐 경제장관 회의서 “재벌 혼내주고 오느라 지각” 발언도


교체되는 靑정책실장 지난해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자신의 서울 강남 아파트 전세금을 14.1% 올려 논란이 된 김상조 전 대통령정책실장(왼쪽)과 이호승 신임 정책실장(가운데),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29일 인사를 마친 뒤 청와대 춘추관을 나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이 엄중한 시점에 국민들께 크나큰 실망을 드리게 된 점 죄송하기 그지없다.”

김상조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29일 브리핑장에 나타나 “청와대 정책실을 재정비해 2·4대책 등 부동산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빨리 자리를 물러나는 것이 대통령을 모신 비서로서 해야 할 마지막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청와대가 자신의 교체 사실을 밝힌 브리핑에 참석해 직접 사과한 것. 김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재계약 시 임대료를 5% 넘게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임대차법 시행 이틀 전 자신이 소유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주택의 전세 보증금을 14.1% 인상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이날 불명예 퇴진했다.

김 전 실장은 자신이 거주 중인 성동구 금호동 주택 전세금이 올라 목돈이 필요해 청담동 주택 전세금도 올렸다고 주장했지만 김 전 실장 부부 예금이 14억여 원인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됐다. 결국 자신이 주도한 전·월세 상한제 등 부동산 규제를 피해 가려는 꼼수를 썼다는 비판에 중도 하차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을 안기게 된 것이다. 김 전 실장이 몸담았던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에 무너진 공직윤리까지 감안하면 김 전 실장의 사퇴는 당연한 일”이라며 “지금의 국민적 분노와 허탈감은 김 전 실장의 부적절한 처신 그 자체를 넘어 문재인 정부의 반복된 핀셋·뒷북·땜질 정책으로 서민들의 주거난이 더 심각해지고 부동산 등 자산 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진 것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뒤 공정거래위원장으로 2년 1개월을 재직한 뒤 장하성 전 실장(1년 6개월), 김수현 전 실장(7개월)에 이어 ‘최장수 정책실장’으로 1년 9개월 동안 재직했다. 김 전 실장은 경제·산업정책 전반과 함께 부동산 현안과 정책을 총괄해 온 청와대의 정책 컨트롤타워였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한국판 뉴딜, 공정거래3법 추진에 앞장섰지만 집값 안정과 전세난 등 부동산 시장 안정에 사실상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는 ‘마스크 공급 대란’과 백신 공급 지연 논란 등으로 거취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4월 긴급재난지원금을 놓고는 더불어민주당이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하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나란히 반대 목소리를 내고 ‘결근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과 경제지표 부문에서 김 전 실장이 홍 부총리와 함께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고 공개적으로 격려해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을 책임진 김 전 실장이 서울 다주택자 등을 겨냥한 지나친 규제 정책과 다주택 처분 등 정부 방침을 앞세우다가 자기 발목을 잡으면서 현 정부의 부동산 난맥상이 되풀이됐다.

학자 출신으로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과 경제개혁센터 소장을 지내며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었던 김 전 실장은 공정거래위원장 시절에도 재벌 개혁에 앞장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업인들과 수차례 잡음을 빚었다. 김 전 실장은 2017년 11월 5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난 뒤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지각하면서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재벌들 혼내 주고 오느라고요”라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공정위가 2017년 11월 “대기업 공익재단에 대한 전수 실태조사에 착수한다”고 하자 재계는 “공익재단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런 점 때문에 청와대와 정부 일각에선 학자 출신인 김 전 실장이 민감한 현실 정책을 다루면서 시장보다는 종종 이상론에 가까운 정책을 고집한다는 뜻으로 ‘피터팬’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 / 세종=남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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