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몸풀러 나온 박인비 ‘준우승 3번’ 대회서 5타 차 우승

강홍구 기자

입력 2021-03-30 03:00 수정 2021-03-30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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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기아클래식 최종 14언더… 경기내내 단독선두 자리 지켜
내주 올 첫 메이저대회 앞두고 전초전 성격으로 출전해 우승
“아빠가 두대회 우승하는 꿈꿔”


골프 여제 박인비(왼쪽)가 29일 미국 캘리포니아 칼즈배드 아비아라GC(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기아클래식에서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우승을 차지한 뒤 동료 선수의 축하를 받고 있다. 박인비는 올 시즌 네 번째 대회 만에 국내 선수로서는 첫 승을 차지하며 개막 후 미국 선수들의 3연승 행진에 제동을 걸었다. Getty Images 제공

골프여제 박인비(33·KB금융그룹)가 시즌 첫 출전한 무대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출발 총성과 함께 전력질주로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올림픽 2연패 도전에도 청신호를 밝혔다는 평가다.

박인비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 칼즈배드 아비아라GC(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기아클래식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3개, 보기 3개로 2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정상에 섰다. 공동 2위 에이미 올슨, 렉시 톰프슨(이상 279타)을 5타 차로 넉넉하게 제쳤다. 우승 상금 27만 달러(약 3억 원)에 부상으로 쏘렌토 차량까지 챙겼다. 2010년 대회 출범 때부터 개근한 박인비는 세 차례 준우승(2010년, 2016년, 2019년)의 아쉬움도 풀었다. 특히 대회 내내 한 차례도 공동 선두를 허용하지 않으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완성했다.

지난해 2월 호주여자오픈 이후 1년 1개월 만에 트로피를 더하며 투어 통산 21승째를 거뒀다. 통산 21승은 LPGA의 설립자 중 한 명인 메릴린 스미스와 동률로 투어 역대 25위에 해당한다. 국내 선수 중 최다승 기록 보유자인 박세리 한국여자골프대표팀 감독(25승)과 4승 차다.

이번 대회는 다음 주 열리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피레이션’ 전초전 성격이었다. 최근 두 달 이상 국내에 머물렀던 박인비는 쌀쌀한 날씨로 골프 연습보다는 웨이트트레이닝 등에 집중했다. 박인비 스스로도 이번 우승에 대해 “미스터리하다. 퍼팅이나 치핑 모두 조금씩 어긋나 있었다. 부족한 부분을 느끼면서 긴장감을 가져갔던 것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전반에 3타를 줄였지만 후반 들어 12, 13번홀 보기로 주춤거렸다. 하지만 285야드로 짧게 세팅된 내리막 파4 16번홀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그린에 올린 뒤 12m 거리의 환상적인 이글 퍼트를 성공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박인비는 “16번홀 이글이 나오면서 안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3라운드 동반 플레이를 했던 멜 리드(34·잉글랜드)가 “박인비는 일관적이고 어떤 실수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메이저대회에서 엄청난 우승을 따낸 것”이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메이저 대회에서 7승을 올릴 만큼 강한 면모를 보인 박인비의 시선은 이제 다음 주 ANA 인스피레이션으로 향한다. 박인비는 “대회 전 아버지께서 내가 이번 주(기아클래식)와 다음 주(ANA 인스피레이션) 대회에서 우승하는 꿈을 꾸셨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꿈의 절반이 맞아떨어진 것 같아 기쁘다”고 일화를 소개하면서 “당장 연못에 뛰어들어 몸을 씻고 싶다”며 2연승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ANA 인스피레이션에서 우승하면 18번홀에 있는 연못 ‘포피스 폰드’에 뛰어드는 대회 전통이 있다. 박인비는 2013년 우승 후 다이빙 세리머니를 펼친 바 있다.

7월 개막 예정인 도쿄 올림픽에 대한 열망도 드러냈다. 2016년 당시 박인비는 손가락 부상 등에 시달리면서도 112년 만에 골프가 올림픽 종목으로 복귀한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완성했다. 29일 현재 세계랭킹 4위(국내 선수 중 3위)인 박인비는 이번 우승을 통해 2위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이로써 한 국가당 최대 4장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티켓 획득에 한발 더 다가섰다. 박인비는 “스스로 ‘올림픽이 없었다면 내가 여기 있었을까’라고 묻는다”고 의욕을 보였다. 고진영(26·세계 1위)이 8언더파로 4위, 김효주(26·세계 8위)가 공동 5위(7언더파)로 마쳤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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