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기간 1년 미만 땅 팔면, 시세차익의 70% 양도세 물린다

세종=주애진 기자 , 세종=송충현 기자

입력 2021-03-30 03:00 수정 2021-03-30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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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민심에 놀란 당정청]부동산 투기 근절-방지대책
비주택담보대출도 LTV 적용하고, 1000m² 또는 5억이상 땅 살땐
주택처럼 자금조달계획서 내야
부동산 관련 부처-기관 직원은 인사혁신처에 재산 등록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부동산 부패 근절을 위한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기 전에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부동산정책만큼은 국민들로부터 엄혹한 평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른쪽부터 정세균 국무총리, 문 대통령,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29일 내놓은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방지 대책’에는 토지 거래 관련 규제가 대폭 강화됐다. 공직자의 투기는 물론이고 부동산 투기 자체를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악화된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과잉 대책을 쏟아내면서 정상적인 거래마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단기 보유한 토지를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가 강화된다. 토지 보유기간이 1년 미만이면 양도세율이 50%에서 70%로, 1년 이상∼2년 미만이면 40%에서 60%로 강화된다. 비사업용 토지는 양도세 기본세율(6∼45%)에 더해지는 중과세율이 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오르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지 못한다. 택지개발 등으로 비사업용 토지를 팔 때 양도세를 깎아주는 기준도 ‘2년 이전 취득 토지’에서 ‘5년 이전 취득 토지’로 바뀐다. 법 시행 이후 취득한 토지에 대해선 아예 양도세를 감면받지 못한다.

토지를 새로 사는 것도 어려워진다. 정부는 비(非)주택담보대출에 담보인정비율(LTV)을 신설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담보인정비율은 추후 정해진다. 일정 규모(1000m² 또는 5억 원 이상)의 토지를 살 때는 주택처럼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한다.

허술하다는 지적이 많았던 농지 취득과 관련해선 지방자치단체별로 농지위원회를 설치해 심사를 강화한다. 또 주말농장용 농지를 살 때도 영농계획서를 내야 하고, 경영계획서를 허위로 작성하면 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부는 부동산 교란행위 신고 포상금을 최대 1000만 원에서 10억 원으로 대폭 올려 투기를 적극 적발하기로 했다. 기획부동산의 불법 활동을 막기 위해 부동산매매업은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바꾼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가 적발되면 이득의 최대 5배까지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토지 보상 기준도 엄격해진다. 단기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토지 보유기간에 따라 차등 보상하기로 했다. 택지 조성에 따른 토지 보상비를 노리고 심은 수목은 보상받지 못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등 부동산업 종사자는 원칙적으로 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을 받을 수 없다.

또 모든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은 의무적으로 재산을 등록해야 한다. 다만 부동산 관련 부처 및 기관의 직원만 인사혁신처에 재산을 등록하고 나머지는 소속 기관별로 자체 등록하면 된다. 부동산 담당 공직자는 소관 지역의 부동산 취득이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LH 혁신과 관련해선 1년마다 직원들의 부동산 거래 내용을 조사하는 등 통제 장치를 강화하고 조직과 기능을 분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하지만 정부가 “주택 공급대책이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는 원칙 아래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기존에 강조한 ‘환골탈태’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당이 LH 직원들의 투기 이익을 소급해 몰수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행 부패방지권익위법으로도 범죄 관련 이득을 몰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최대한 부당이득을 환수하겠다”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민적 분노가 워낙 크다 보니 정부가 당장 이를 잠재우려고 초강력 대책을 내놨다”며 “이런 대책들이 시장의 정상적인 거래마저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세종=주애진 jaj@donga.com·송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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