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도 상반기 수시채용 전환… 5대그룹중 삼성만 공채 유지

황태호 기자 , 곽도영 기자

입력 2021-03-30 03:00 수정 2021-03-30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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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채용]롯데 “경영환경 급변… 필요할때 채용”
계열사 수요 맞춰 채용방식 선택… 43년 이어온 ‘공채-기수문화’ 없애
현대차-LG 이어 SK도 내년 수시 채용… 삼성 “아직까지 공채 변경 검토 안해”
“열린 기회 부여, 1위 기업 책임감때문”


2019년 4월 서울 강남구 도곡로 단국대사범대부속고등학교에서 삼성그룹 직무적성검사(GSAT)를 마친 지원자들이 고사장을 나서는 모습. 주요 기업이 잇따라 정기 공채를 폐지하면서 입사를 위한 집단 필기시험도 점차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1

롯데그룹이 그룹 정기 공개채용(공채)을 올해 상반기부터 폐지하고 계열사별 수시채용으로 전환한다. 2019년 현대자동차그룹을 시작으로 LG그룹, SK그룹에 이어 롯데그룹까지 공채를 없애기로 하면서 5대 그룹 중 삼성만 유일하게 공채 제도를 유지하게 됐다.

제조업 중심의 고도 성장기에서 정보기술(IT) 중심의 저성장기로 전환되면서 그룹 중심의 대규모 채용 방식이 계열사 중심의 맞춤형 수시채용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 정기공채, 기수문화의 퇴장


29일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매년 상반기(1∼6월)와 하반기(7∼12월)로 나눠 진행해 온 그룹 단위 신입사원 정기 공채를 올해 상반기부터 중단하고 계열사별 수시 채용 방식을 도입한다. 롯데 관계자는 “경영 환경의 변화가 빨라지면서 필요할 때마다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해졌다”며 “매년 한날 한시에 대규모 인원을 충원하는 방식은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상반기 디지털전환(DT)직무 인턴 등 일부 전형에 수시채용을 시범 운영했다. 하반기에는 코로나19를 고려해 계열사 주도의 공채를 운영하는 등 변화를 시도했다. 올해부터는 전면 수시채용과 함께 각 계열사 수요에 맞춰 채용 방식까지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인·적성시험인 ‘엘탭(L-TAB)’도 수시채용에 맞춰 온라인 시험으로 개편된다.

정기 공채로 들어온 직원들에게 부여해온 ‘기수’도 없어진다. 롯데그룹에는 1978년 1기를 시작으로 지난해 하반기 입사자까지 43년간 총 91기의 공채 직원들이 있다. 롯데는 기존 임직원의 인사기록카드에서 기수를 삭제하고 입사 연도만 남겨놓기로 했다. 아직 남아있는 ‘기수문화’와 이른바 ‘순혈주의’를 없앰으로써 외부 인력이 조직에 쉽게 융합되도록 하려는 취지다.

그동안 IT 인력을 비롯한 외부 인력 유입이 많아지면서 기수문화의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여러 차례 인수합병(M&A)을 진행하면서도 롯데 내에선 공채와 ‘미도파 출신’ ‘삼성 출신’ 등 비공채 출신을 구별하는 문화가 남아있다”며 “최고경영자(CEO) 선임 등에 있어서도 마치 육군사관학교처럼 기수가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변화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신 회장은 올해 1월 회의에서 “기업 문화를 쇄신하기 위해, 지난 2년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조직 개편과 인사를 단행했지만 아직도 일부 회사들에는 권위적인 문화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 5대 그룹 중 정기 공채 유지는 삼성이 유일

다른 대기업에서도 대규모 공개채용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2019년 2월 현대차그룹이 주요 그룹 중 처음으로 상반기와 하반기 대졸 공채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LG그룹도 공채를 없애고 연중 수시채용 체제로 전환했다. SK그룹은 내년부터 전원 수시채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올해 하반기(7∼12월) 마지막 공채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번에 롯데그룹까지 수시채용 방침을 밝히면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순 5대 그룹 중 삼성을 제외하고 모두가 공채를 없애는 셈이다. 앞서 한화도 2018년부터, 현대중공업은 2016년부터 공채를 없애고 수시채용 방침을 택하고 있다.

삼성은 당분간 공채를 유지할 예정이다. 이달 중순부터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등 계열사에서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기 공채 방식의 변경을 검토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열린 기회 부여라는 1위 기업의 사회적 책임 때문에 정기 공채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시채용 비중이 늘고 있다”고 봤다.

이병태 KAIST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에 비해 인력 시장의 수준이 낮고 고성장을 구가하던 시기에는 대규모 공채를 통해 우수한 사람을 골라내는 방식이 적합했지만 인력 수준이 높아지고 성장세는 더뎌진 상황에서 채용 방식의 변화는 필연적인 흐름”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곽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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