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팔아 5조5000억 번 SH…공익사업을 했나, 장사를 했나

뉴시스

입력 2021-03-29 18:04 수정 2021-03-2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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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만평 공공택지 매각해 5조 가량의 이익"
토지로 돈 벌었다는 활용했다는 주장 나와
"매각 않고 보유했다면 공공주택 더 보유"
"시민자산 증가했거나 집값상승 덜 했을것"
SH "사업 추진 손실…재원마련 위해 이용"
"수분양자 일부보다 시민 공공이익 위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지난 10년 동안 80만평 넘는 공공택지를 매각해 수조원의 이익을 챙겼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공기업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공택지에 값싼 공공주택을 지어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힘써야 하는 공기업이 오히려 땅을 돈 버는 수단으로 활용해, 결국 ‘장사’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SH의 최근 10년 간 28개 지구 택지판매 이익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분석에는 SH공사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사업지구별 택지매각 현황(2011년 1월 1일∼2020년 12월 31일)’와 ‘분양가 공개서’가 활용됐다.

경실련의 분석 결과 SH공사가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매각한 택지는 서울 시내 28개 사업지구에 86만7993평으로, 매각액은 14조2363억원이었다. 경실련은 해당 매각액에서 택지조성원가인 8조7679억원을 제외하면 SH가 총 5조4684억원의 이익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이는 평당 1640만원에 달하는 수치다.

사업지구별로 보면 마곡지구는 조성원가 3조9천624억원, 판매가 6조5009억원으로 2조5385억원에 이르는 가장 큰 차익을 냈다. 마곡지구는 SH가 판매한 택지 중 43%를 차지하는 면적이 가장 큰 지역이다. 문정지구는 평당 차액이 가장 큰 곳으로 판매가는 2858만원, 조성원가는 1734만원을 기록해 1125만원의 차액을 냈다.

이처럼 SH가 사기업처럼 이익을 추구하는 사이 서민들만 피해를 봤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실련은 SH가 판매한 토지 가격을 현재 시세로 환산하면 용적률을 적용한 아파트 토지시세가 평당 5520만원, 87만평의 시세는 37조7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값싸고 질 좋은 공공주택이 지어질 수 있었던 공공택지가 민간에 팔려 나가 택지와 더불어 주택 가격이 뛰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민들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도 덩달아 멀어졌다는 취지다.

실제로 SH가 평당 1754만원에 판매한 마곡 13단지 같은 경우 현재 아파트 시세는 평당 3800만원, 건축비를 제하고 용적률 220%를 적용한 아파트 토지시세는 평당 7300만원으로 알려졌다. 이는 SH가 판매한 가격의 4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세곡2지구의 한 아파트 판매가도 1465만원이었지만 현재 토지 시세는 1억70만원으로 판매가의 7배로 값이 상승했다.

이를 두고 경실련은 “SH가 토지를 매각하지 않고 공공이 보유했다면 서울시민의 자산 증가로 이어졌거나 집값이 지금처럼 상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SH의 이같은 행위로 인해 서민들에게 공공주택을 공급할 기회가 사라졌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실련 관계자는 “공공이 택지를 매각하지 않고 보유했다면 값싸고 질 좋은 장기공공주택을 더 많이 보유할 수 있었고 집값 안정에도 기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실련은 “70년대 공기업을 만든 목적은 무주택 서민들이 집 걱정 없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값싸고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해 집값을 안정 시키라고 만들었다”며 “하지만 2004년 이후 공기업이 본분을 망각한 채 특권을 남용해 제 배만 불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SH에 주어진 강제수용권, 용도변경권, 독점개발권 등 특권이 국민을 위해 쓰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SH가 택지를 민간에 파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실련은 “용산정비창부지, 서울의료원부지 등 서울시내 국공유지는 반드시 팔지 않고 공영개발을 한 후 평당 600만원 건물분양 아파트나 20년 공공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H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반박문을 냈다.

SH측은 ”땅장사를 했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으며, 개발이익이 수분양자 일부에게 돌아가는 것보다는 SH가 서울시민의 공공 이익으로 활용함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약 13만호의 공적임대주택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데 매년 3천5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사업의 재원 마련을 위해 공공분양 사업과 택지매각 등을 이용해왔다는 게 SH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분양주택용지, 상업 및 업무용지 등 대부분 토지는 최고낙찰가 또는 감정가로 공급했기 때문에 토지 조성원가와 단순 비교는 적절치 않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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