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학 연구 새바람… ‘SNS 사진’서 자연의 위기 신호 찾는다

김우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1-03-29 03:00 수정 2021-03-2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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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분석에 문화행동 데이터 활용

생물다양성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물의 다양성으로 종간의 다양성, 종 내의 다양성을 모두 포괄한다. 과학자들은 위키피디아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생물다양성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생태의 보고인 국립공원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리카르도 코레이아 핀란드 헬싱키대 지질및지리학과 연구원은 2016년 1월∼2020년 7월 구글에서 전 세계 2411개 국립공원의 검색량 변화를 추적한 결과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선언된 지난해 3월 초 검색량은 과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국제학술지 ‘생물보존’ 2월 19일자에 실린 이 연구는 문화(culture)와 유전체학(genomics)을 합친 ‘컬처로믹스(culturomics)’ 연구의 대표적인 사례다. 컬처로믹스는 수많은 유전자를 해독해 생명현상의 비밀을 풀 듯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언어, 사회, 역사, 문화 등을 분석하는 분야다. 최근에는 멸종위기종을 찾고 생물다양성을 연구하는 생태학 분야에서도 컬처로믹스 연구가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SNS에서 생태위기 신호 감지

컬처로믹스는 2011년 미국 수학자 에레즈 에이든이 구글이 디지털화한 책 500만 권에서 시기별 특정 단어의 빈도를 조사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제임스 파울러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샌디에이고) 정치과학과 교수는 2010년 미 중간선거 기간 중 미국의 페이스북 사용자 약 6100만 명을 대상으로 대통령 선거 투표 독려 메시지를 받았을 때 실제 투표율이 올라갔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정하웅 KAIST 물리학과 교수는 서양화 2만9000여 점을 대상으로 시대별로 특정 색이 나타난 빈도를 계산한 결과 종교화 위주이던 중세시대 작품은 특정 염료와 한정된 기법만 사용해 다른 시대보다 색 다양성이 현저히 떨어졌음을 확인해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공개했다.

컬처로믹스의 접근법은 최근 들어 생물종 다양성, 자연보전정책 등 생태학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도윤호 공주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2014∼2016년 국내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지리산국립공원, 전남 순천시 순천만, 경남 창녕군 우포늪 등 3개 지역을 방문한 뒤 올린 사진 총 1604장을 대상으로 사람들의 표정을 분석해 자연경관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를 2019년 국제학술지 ‘에코시스템 서비스’에 발표했다.

표정에 따라 8개 감정(놀람, 슬픔, 무표정, 행복, 공포, 혐오, 경멸, 분노)을 분류하고 점수를 매긴 결과 3개 지역 모두 행복이 1위를 차지했다. 공포, 혐오,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은 전체 점수의 5% 미만이었다. 도 교수는 “생태계의 심미적 가치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처음 평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컬처로믹스가 데이터를 이용해 인간 문화와 행동을 파악하듯 생태학에서는 다양한 생태 데이터를 이용해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연구한다”고 했다.

○멸종위기종 찾고 생물다양성 위기 가늠

멸종위기종을 찾는 데도 컬처로믹스 생태학이 활용된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2015∼2020년 5년간 위키피디아 페이지뷰를 이용해 국가별, 생물 종별 생물다양성에 대한 인식도를 측정하는 지수(SAI·Species Awareness Index)를 개발해 국제학술지 ‘보전 생물학’ 22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동물 4만1197종에 대해 중국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등 총 10개 언어로 된 위키피디아 페이지뷰를 분석한 결과 일본의 SAI 변화율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물다양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가 가장 크다는 뜻이다. 일본은 다양한 생물종 중에서도 포유류와 새의 SAI가 모두 1.5로 조사돼 다른 나라보다 새의 멸종위기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도 교수는 “전통적인 생태 연구는 현장에서 직접 조사해야 하는 만큼 자료 수집이나 시간에 제약이 있다”며 “컬처로믹스를 생태학에 접목하면 지리적 한계를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현장 데이터를 빠르게 수집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사실도 찾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우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mnch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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