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사람 넘어 기계 간 커뮤니케이션으로 확장”[신무경의 Let IT Go]

신무경기자

입력 2021-03-26 10:00 수정 2021-03-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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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SI 계열사 디케이테크인 인터뷰
카카오에 인프라 심는 IT 기업의 IT 회사
스마트팩토리로 영세 제조업에 기여할 것…2025년까지 매출 1000억 원 달성 목표


이원주 디케이테크인 대표(왼쪽)와 정석우 사업추진실장
카카오톡 출시 10여 년 만에 카카오는 계열사 90여 개에 달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성장 가능성을 입증한 계열사들의 상장 소식을 연이어 들려주며 카카오 본체의 기업가치를 40조 원대로 끌어올렸다. 인수합병(M&A), 투자 등으로 편입된 곳들도 있지만 상당수 계열사는 본체에서 성장하다 분사한 곳들이다. 국내 기업들 중에서 카카오처럼 속도감 있게 계열사를 내보내고 상장시키는 회사도 드물다.

알고 보니 카카오의 활발한 법인 분사를 지원해주는 든든한 우군이 있었다. 카카오의 시스템 통합(SI) 업체 디케이테크인 얘기다. 갓 출범한 계열사가 스스로 처리하기 어려운 각종 정보기술(IT) 아웃소싱을 이 회사가 도맡고 있다. 혹자는 카카오의 확장을 ‘문어발 전략’이라 하던데 그 논리라면 디케이테크인이 ‘빨판’을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셈이다.

다음 시절 다음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던 디케이테크인은 계열사 서비스 전반을 지원해오며 성장하다 2015년 8월 121명의 인원으로 법인 분할했다. 이 회사의 당시 매출은 20억 원 정도였는데 2020년 현재 236억 원 규모로 10배 이상 성장했다.

최근 들어 디케이테크인은 SI뿐만 아니라 스마트팩토리 사업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나섰다. 국내 최대 IT 기업 중 한 곳인 카카오에 IT를 이식하는 계열사가 존재한다는 점, 한편으로는 카카오가 스마트팩토리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는 점 등에서 궁금증이 생겨 지난달 이원주 디케이테크인 대표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인터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몇 차례 연기됐다. 그 사이 디케이테크인의 스마트팩토리 사업은 더 구체화됐다고 했다. 오후 1시 남짓해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 소재 본사를 방문하니 점심시간 직후인데도 사무실 사람이 많았다. 코로나19로 직원들 상당수가 사무실에서 식사를 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인터뷰 약속 시간인 1시 반쯤 집무실로 들어왔다.



―카카오는 알아도 디케이테크인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회사 소개를 해주신 다면요.

카카오 안에서 성장하다 특정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갖고 분사한 계열사들이 많은데요. 이런 계열사들이 자신의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업 활동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주는 사업을 진행해왔습니다. 그런 경험과 노하우가 수 년 간 쌓이다보니 이제는 외부 기업들에게도 해당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죠. 지난해부터 기업 대 기업(B2B)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생각입니다.



―계열사 중 서열 몇 위쯤 되나요.



하하…. 순서를 세우기는 힘듭니다.



―다른 계열사와 달리 카카오 이름을 안 붙이고 있네요. 이름을 바꿀 계획은 없나요.

법인 분할 시 모회사 이름이 다음카카오여서 디케이(DK)로 붙였고요. 뒤에 붙는 테크인은 개발하는 사람(기술을 의미하는 tech와 사람을 뜻하는 人의 결합)이라는 뜻입니다. 디케이테크인에 카카오라는 이름을 붙이는 의사결정은 당장은 고려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계열사들이 줄지어 상장하고 있는데요 디케이테크인도 계획이 있나요.

우선 ‘카카오가 B2B를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세간의 의문에 답하는 게 먼저라 생각합니다. 수많은 기업 고객들의 일하는 방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과제인 셈이죠. 그렇게 됐을 때 목표한 매출(2025년 1000억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요. 상장은 그 뒤에나 고민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카카오도 훌륭한 IT 기업인데 디케이테크인은 그런 기업에 IT 서비스를 한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카카오에 구축해준 솔루션으로는 무엇이 있나요.

계열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B2B로 서비스하고 있는 기업용 메신저 카카오워크에서 전자결재, 근태관리 시스템 일부는 저희가 제공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현재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스타일로 바꿔 고객들에게 서비스하고 있죠.

이 밖에 23개 계열 법인의 사내 시스템 서비스를 구축해왔습니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구축해주면서 원천 기술들을 확보했다고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원주 디케이테크인 대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사업 구조가 비슷합니다. 카카오M과 카카오페이지도 사업 구조가 비슷해 최근 통합하기도 했죠.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의 통합 계획은 있나요.

현재까지 그런 논의는 없는 상황입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플랫폼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있고요. 저희는 그 플랫폼에 필요한 SI나 IT 토털 서비스 전반을 지원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B2B라는 목적은 같지만 일하는 방식이나 구조 자체의 결은 다른 상태이죠.

다만 예상하시듯 함께 협업하는 일이 많습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특정 기술을 특정 고객사에 얹기 위해 SI가 필요한데 저희가 같이 힘쓰는 셈이죠. 실제 저희 직원 440여 명 중 100여 명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마트팩토리 서비스를 내놓았지요.

카카오가 가진 빅데이터, AI 기반 챗봇, 클라우드 등을 IT 기술들을 국내 영세 제조업체들에 어떻게 지원해줄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나온 스마트팩토리 서비스가 ‘티팩’입니다. 일선 제조업체에서는 배송 결제 요청, 부품 발주 현황 점검 등의 업무를 구두 혹은 수첩에 적어서 처리하고 있는데요. 이런 업무 처리를 데이터로 지원해줄 수 있는데 방점을 찍었습니다. 티팩을 활용하면 카톡을 쓰듯이 업무처리를 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인데요. 카톡으로 기록, 관리, 분석 등을 할 수 있도록 도와 부가적으로, 별도로 문서 작업을 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죠. 현장 기기들에 부착된 사물인터넷(IoT) 센서에서 정보를 받아와 자동으로 문제가 생기면 알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카카오가 스마트팩토리까지 한다고 하니 안 하는 게 없는 회사처럼 인식되는데요. 플랫폼 업체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디케이테크인의 티팩은 이미 업계에서 오랫동안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해왔던 곳들과 경쟁보다는 파트너십을 맺고 있습니다. 센서를 만드는 장비 업체부터 제조실행시스템(MES) 구축 업체까지 협력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확장하기 어렵거든요. 일례로 지금까지 스마트팩토리 산업을 이끌어오던 MES 업체들은 사용자 유저인터페이스(UI) 편의성보다는 시스템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이들 서비스에 저희 카톡을 연동해서 시너지를 내는 방식입니다.




―어떤 업체들이 티팩을 쓰고 있습니까.


강원 춘천시 소재의 한 닭갈비 제조업체에서 저희 서비스를 쓰고 있습니다. 포장육 생산 시스템에 저희 솔루션이 들어가 있는데요. 이상 물질이 탐지되거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오르내릴 때 카톡으로 알림을 받고 있습니다. 아직 레퍼런스가 많지는 않은 상황인데요. 최근에는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유통 대기업과의 협력도 진행 중입니다.



―아직 외부 고객사가 많지는 않네요. 비중이 얼마나 되나요.

전체 매출에서 대외 비중은 4% 정도입니다. 올해는 티팩 구독 서비스를 기반으로 9%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45%까지 늘릴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영세 업체들에게는 서비스 비용 부담이 있을 거 같은데요. 비용은 얼마인가요.

개별 서비스를 저희는 모듈이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하나의 모듈당 월 3만 원 정도를 받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업체를 예로 들면 구성원 10명에게 카톡 알람(알람 모듈)을 주는데 매달 3만 원을 내고 있는 겁니다. 향후 저희는 기업들이 저희의 모듈을 평균 2개 정도 쓸 것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연간 72만 원 정도 수준인데요. 이 정도면 영세소상공인들이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금액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 책상 한 쪽에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책이 놓여 있었다. 대강의 내용은 ‘성공한 사람들은 개인의 능력을 근거로 내세우지만 운이 크게 작용함을 간과하고 있다’며 능력주의 세태를 비판하고 있단다. 제목을 보고 있자니 문득 이 회사 조직문화가 궁금해졌다. 그는 “가급적 수평적인 문화를 가져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구성원들에게 익명으로 의견을 전달 받는 창구, 좋은 일터 만들기 모임을 운영하면서 의견을 수렴하고 가급적 모든 항목에 대해서 피드백을 하는 세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신무경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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