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테라 앞세워 추격” 오비맥주 “투명병으로 수성”

사지원 기자

입력 2021-03-26 03:00 수정 2021-03-26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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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오르는 맥주 1, 2위 전쟁


오비맥주 대 하이트진로의 ‘맥주 전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테라’의 인기에 힘입어 오비맥주가 10년간 지켜 온 1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반면 오비맥주는 ‘카스’를 투명한 병에 담아 출시하는 등 혁신 전략으로 1위 수성에 나섰다.

25일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테라는 2019년 3월 21일 출시된 지 2년 만에 누적 판매량 16억5000만 병을 넘겼다. 1초에 26병꼴로 판매한 셈이다. 하이트진로의 역대 브랜드 중 가장 빠른 판매 속도다. 지난해 테라의 판매량은 전년보다 78%가량 증가했다. 특히 일반 가정을 대상으로 판매한 물량이 120% 늘었다. 코로나19로 유흥업소에서의 판매는 다소 부진했지만 가정 소비량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앞으로 맥주 시장 1위 탈환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맥주 시장 1위 자리는 오비맥주가 지키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000년대 중반까지 맥주시장 점유율 60%에 육박하는 1위 기업이었지만 점차 입지가 좁아지면서 2012년부터 오비맥주에 업계 1위를 내줬다. 오비맥주가 ‘카스 마케팅’에 주력하는 사이 하이트가 맥스, 드라이피니쉬d 등의 브랜드를 지나치게 다양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마케팅 비용을 많이 들였지만 압도적 인기 제품은 없었고 기존 주력 제품의 주목도만 낮아졌다.



하지만 테라가 나오면서 상황이 변했다. 테라는 출시 100일 만에 1억 병, 1년 만에 누적 6억8000만 병을 판매할 만큼 좋은 실적을 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테라 출시 이후 ‘테슬라’(테라+참이슬) 같은 신조어가 만들어지면서 더욱 유행했다”고 말했다. 맥주는 갈색 병을 사용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초록 병을 쓴 것도 대중에게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었다. 테라 출시 이후 하이트진로는 초기 마케팅 비용 등으로 2019년 영업손실이 431억 원까지 불어났지만 지난해 영업이익 405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18년 20% 초반까지 떨어졌던 하이트진로의 시장점유율은 테라 출시 이후 점차 올라섰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용 맥주시장에서 각 사의 점유율(발포주 포함)은 오비맥주 49.5%, 하이트진로 32.9%였다. 이베스트증권은 전체 맥주시장 기준으로 하이트진로의 점유율이 40%까지 올라왔고 올해는 2∼3% 더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오비맥주도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비맥주는 12일 기존 카스를 개편한 ‘올 뉴 카스’를 선보이는 행사를 열었다. 개편에서 가장 큰 변화는 맥주병에 대한 통념을 깬 투명 병 도입이다. 맥주 상태를 바로 확인할 수 있게끔 하자는 취지로 정제된 홉을 사용해 투명 병을 썼을 때 생길 수 있는 제품 변질 우려도 없앴다.

오비맥주는 올 상반기 업소에서 주로 찾는 500mL짜리 카스 병부터 전량 투명 병으로 교체한다. 코로나 여파가 잦아들면서 업소용 맥주 수요가 다시 늘어날 것에 대비한 것이다. 오비맥주는 올 초 신제품인 쌀맥주 ‘한맥’도 선보였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주류 시장이 침체했지만 올해는 백신 보급 등으로 시장이 좋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면서 “1위를 수성 또는 탈환하기 위한 맥주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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