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미흡’ 금소법 일단 출발…은행권 비대면 서비스 중단 ‘혼선’

뉴스1

입력 2021-03-25 16:34 수정 2021-03-2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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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은행 영업창구 모습.© News1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25일 본격적으로 시행됐지만,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업무지침) 마련이 늦어지면서 금융권 전산시스템 구축에 차질이 생겨 서비스가 잇따라 중단되는 등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준비 시간이 필요한 점을 고려해 일부 규정에 대해 적용을 최대 6개월 유예한다고 밝혔지만 금융권에선 법 시행 초기 ‘시범 케이스’에 걸릴 것을 우려해 불명확하거나 준비가 덜 된 부분에 대해선 일단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몸을 사리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키오스크(무인단말기)와 비대면을 통한 서비스를 이날부터 줄줄이 중단했다.

KB국민은행은 스마트텔러머신(STM)에서 입출금 통장을 개설하는 서비스를 25일부터 4월 말까지 중단한다. STM은 신분증 스캔, 바이오인증 등을 통해 통장·체크카드 등을 발급할 수 있는 지능형 현금자동입출금기(ATM)다. 금소법 시행으로 상품설명서를 고객에게 전달해줘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불가능해, 이메일로 전달하는 시스템 등을 만들기 위해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STM과 비슷한 ‘유어스마트라운지(YSL)’의 상품 신규·해지 서비스 등을 중단한다. 신한은행은 주요 점포에 총 37대의 유어스마트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상품설명서 교부 등 금소법에 따른 시스템을 갖출 때까지 서비스를 중단한다.

하나은행도 인공지능(AI) 로보 어드바이저인 ‘하이로보’의 신규 거래를 25일부터 5월9일까지 중단한다. 하이로보는 로봇이 맞춤 펀드를 추천해주는 시스템이다. 하나은행은 금소법 시행으로 인해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많아 단시간에 전산을 변경하는 것이 어려워 하이로보 일반펀드·개인연금펀드의 신규·리밸런싱·진단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AI 채팅상담 시스템인 ‘하이챗봇’을 통한 예·적금 가입 서비스도 중단됐다.

우리은행 역시 키오스크를 통한 예금·펀드 신규판매, 신용카드 신규발급 등 일부 기능을 25일부터 중단한 뒤 4월부터 순차적으로 재개할 예정이다. 총 40여대의 키오스크 운영이 중단된다.

NH농협은행도 금소법 관련 법규 준수를 위해 펀드일괄(포트폴리오) 상품과 연금저축펀드계좌의 비대면 신규 가입을 이날부터 별도 안내 시까지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금소법은 일부 금융상품에만 적용하던 ‘6대 판매규제’(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 금지·부당권유행위 금지·허위 과장광고 금지)를 모든 금융상품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6대 판매원칙을 위반하면 최대 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적합성·적정성 원칙을 제외한 4개 규제 위반에 한해 관련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금융권 현장에서는 금소법 시행에 발맞춰 영업 프로세스 전반의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법 시행 일주일 전인 지난 17일에야 감독규정을 공개하고, 소비자·판매자를 위한 안내자료는 전날인 24일에야 제공해 혼란을 빚었다. 바뀐 내용을 전산시스템에 반영하고 직원 교육을 하려면 적어도 한 달 이상은 소요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직원교육은 물론이고 전산 작업도 바꾸려면 한 달 이상의 시간은 필요한데 금소법 시행을 고작 며칠 남겨놓고 감독규정과 안내자료 등을 내놓는 것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면서 “법 자체가 워낙 방대하고 분쟁의 소지가 많은 데다 준비 시간도 부족해 당분간 은행은 물론 전체 금융권에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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