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누릴땐 한국인, 세금 낼 땐 외국인’… 국세청, 역외탈세자 54명 세무조사 나서

세종=송충현 기자

입력 2021-03-25 03:00:00 수정 2021-03-2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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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 의무 없는 국외 거주자 위장
페이퍼컴퍼니 세워 편법 증여


외국 영주권자인 A 씨는 자녀에게 물려줄 해외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해 현지에 법인을 만들었다. 법인은 별다른 사업 활동이 없는 페이퍼컴퍼니였다. 그는 법인 명의로 부동산을 사들인 뒤 법인 지분을 자녀에게 이전하는 방식으로 해외 부동산을 자녀에게 증여했다. 당국은 A 씨와 그의 자녀들이 사실상 한국에서 생활했는데도 영주권이 있다는 이유로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며 수십억 원의 증여세를 추징했다.

국세청은 이처럼 한국에서 사회적 복지를 누리며 세금은 피하고 있는 역외탈세자 54명을 선정해 세무조사에 들어갔다고 24일 밝혔다. 납세 의무가 없는 국외 거주자로 위장하거나 해외에 법인을 세워 국내 소득을 빼돌린 이들이 대거 포함됐다. 당국은 세무조사 대상자들의 신용카드 명세 등을 근거로 탈세 혐의자들이 국내에서 복지와 의료 혜택을 누리며 납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미국, 중국 등의 외국 국적을 취득하고 국내에서 외국인 신분으로 생활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거주자 신분인 이들이 국적 세탁, 신분 위장을 한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했다 고 말했다.

세무당국은 한국에 거주하면서도 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있다는 이유로 세금을 회피하는 이들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당국은 국내에 주소가 있거나 183일 이상 머문 경우 납세 의무가 있는 국내 거주자로 판단한다. 국내에서 머문 기간이 183일이 안 되더라도 직업, 국내 자산 여부 등에 따라 거주자로 분류되기도 한다. 실질적으로 생활 기반이 한국일 경우 거주자로 판단한다는 의미다. 거주자가 아니면 시민권 등을 내준 국가에 세금을 내고 그만큼을 한국에서 세액공제 받는다.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국내에서 발생한 매출을 해외 법인에서 발생한 것처럼 수입을 누락해 국내에서 과세를 피한 경우도 있었다. 국내에 거주하는 한 자산가는 가족이 이주해 사는 국가의 현지 개발 정보를 입수하자 해당 국가에 투자금을 보내 자신과 가족 명의로 부동산을 은밀히 사들였다. 이 부동산에서 거액의 차익을 남겼지만 한국 세무당국엔 양도소득 신고를 하지 않았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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