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의 반격…이베이·중고나라 잡고 바이오로 가나

뉴시스

입력 2021-03-24 09:50:00 수정 2021-03-24 09: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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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유통·화학 모두 부진 올해 반격
"이베이코리아 인수 충분히 관심" 발언
국내 최대 중고 플랫폼 중고나라 인수
유통·화학 넘어 바이오 산업 진출 검토



롯데는 지난해 그룹 양대 핵심 축인 유통과 화확이 모두 휘청였다. 유통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9% 줄었고, 화학 부문 흑자는 73% 감소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1월 열린 계열사 전체 임원 회의(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생존에만 급급하거나 과거의 성공 체험에 집착하는 기업에는 미래도, 존재 의의도 없다”며 이례적으로 강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때 신 회장은 “디지털 혁신에 대응하기 위한 DT(Digital Transformation) 및 R&D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고, 브랜드 강화를 통해 차별적인 기업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했다. 신 회장의 이 발언이 최근 가시적인 움직임으로 하나씩 나타나고 있다. 롯데는 국내 최대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를 인수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적극 뛰어드는 모습이다. 바이오 산업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특히 온라인 유통 부문에서 속절 없이 밀리던 롯데가 서서히 반격을 시작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가닥 잡나

유통BU(Business Unit)장을 맡고 있는 강희태 부회장은 23일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물론 이 발언 외에는 “구체적인 내용은 공시로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지만 유통업계는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인수 본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롯데가 지난 16일 예비 입찰에 참여했을 때만 해도 ‘간보기’에 가깝다는 시각이 많았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대금으로 거론되는 약 5조원을 두고 롯데 내부에서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쿠팡이 미국 증권 시장에 상장하고, 네이버와 신세계가 협업하는 등 온라인 유통을 두고 업계 경쟁이 격화되자 기류가 바뀌었다고 한다. 지난해 롯데쇼핑의 e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의 거래액은 약 7조6000억원이었다.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의 5%가 채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려면 이베이코리아 인수 외엔 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거래액은 20조원이었다. 네이버(27조원), 쿠팡(22조원)에 이어 세 번째로 컸다. 롯데가 인수하면 단번에 네이버 등과 경쟁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e커머스 사업부 대표를 최근에 경질했을 만큼 변화를 원하고 있다”며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그 시작일 수 있다”고 했다. 강 부회장은 주총에서 e커머스 사업부와 관련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그룹 역량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선점

롯데가 국내 최대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를 인수한 것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롯데는 최근 유진자산운용, NH투자증권-오퍼스PE(기관투자형 사모펀드)와 공동으로 중고나라 지분 95%를 인수하기로 했다. 전체 거래 금액은 1150억원이며, 롯데쇼핑 투자금은 2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 투자자 중 롯데쇼핑만 전략적 투자자로, 나머지 재무적 투자자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했다.

최근 중고 거래 시장이 급성장하며 사용자수가 빠르게 늘자 사람이 몰리는 플랫폼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쉽게 말해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을 노린다는 의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단 사람이 많이 모이는 플랫폼을 장악하는 것 자체가 롯데 유통의 힘이 될 것”이라며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걸 활용해 뭐든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전국에 포진한 롯데의 오프라인 매장이 중고 거래와 결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중고 거래 시장은 2008년 4조원 규모였던 게 지난해 20조원으로 커졌다. 2003년 네이버 카페로 시작한 중고나라는 회원 2300만명, 월 사용자 1220만명을 보유헸다. 중고나라의 지난해 매출은 역대 최대인 5조원이었다.


◇유통·화학 넘어 바이오로 가나


롯데지주는 23일 “바이오 사업에 대해 검토 중에 있다”고 공시했다.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는 했지만, 재계에선 바이오 사업 진출을 부인하지 않은 만큼 공식 선언은 시간 문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지주는 바이오벤처기업 엔지켐생명과학과 지분 인수, 조인트벤처(JV)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1999년 7월 설립된 신약 개발 회사다. 녹용에 들어 있는 성분을 화학적으로 합성한 신약 후보물질 EC-18을 개발 중이다. 업계는 엔지켐생명과학과 신약 개발, 위탁 생산(CMO) 사업 등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의 바이오 사업 진출은 이 분야에서 삼성과 SK의 성공이 자극이 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세계적인 CMO회사로 키워냈다. SK는 SK바이오팜·SK바이오사이언스 등을 통해 신약 개발과 백신 사업을 성공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는 롯데그룹의 유통·화학 등 주력 사업과는 결이 다른 미지의 분야”라며 “그동안 신사업 진출을 위한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했던 롯데가 바이오를 중·장기 차원에서 새로운 먹거리로 발굴할 수 있을지 기대감이 크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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