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의 무쇠소’ 고산 스님 입적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1-03-24 03:00 수정 2021-03-24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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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장-전계대화상 지내
수행 정진하며 농사일도 놓지 않아


대한불교조계종 제29대 총무원장과 계율(戒律)을 관장하는 전계대화상을 지낸 쌍계총림 방장 고산 스님(사진)이 23일 경남 하동 쌍계사에서 88세를 일기로 입적했다.

1933년 경남 울주군(현 울산시)에서 태어나 13세 때 입산 출가했으며 1948년 부산 범어사에서 동산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받았다. 범어사, 해인사, 직지사, 청암사 선원 등에서 화두를 붙잡고 정진하면서도 경전과 율장을 놓지 않았다. 1972년 서울 조계사 주지를 맡아 처음으로 불교합창단을 창설하는 등 불교 대중화에 앞장섰고, 1975년 폐사에 가깝던 쌍계사 주지를 맡아 불사를 통해 교구 본사로서의 사격(寺格)을 갖췄다. 부산 혜원정사, 부천 석왕사를 창건해 도심 포교의 토대를 닦았다.

스님은 포교에 힘쓰면서도 평생 수행자의 강직함을 지켜 ‘지리산의 무쇠소’로 불렸다. 한 번 옳다고 믿는 일에는 물러섬이 없었고, 부처님 법에 어긋나는 일이라 여길 때는 단호히 거부해 붙여진 별칭이었다. 1998년 제29대 총무원장에 선출됐지만 이후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자 홀연히 자리를 떠나 주변을 놀라게 했다.

경율론(經律論) 삼장에 두루 능한 종단의 대표적 원로로 수행과 함께 평생 농사일을 손에서 놓지 않는 선농일치(禪農一致)의 모범이 됐다. 쌍계사에 따르면 ‘봄이 오니 만물은 살아 약동하는데 가을이 오면 거두어들여 다음 시기를 기다리네. 나의 일생은 허깨비 일과 같아서 오늘 아침에 거두어들여 옛 고향으로 돌아가도다’라는 임종게를 남겼다.

효(孝)상좌로 잘 알려진 쌍계사 주지 영담 스님은 “언젠가 입적하실 것으로 생각했지만 너무 갑작스럽다”며 “한시도 수행과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라던 은사의 가르침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장례는 종단장으로 치러지며 분향소는 24일 오전 10시부터 쌍계사 팔영루에 설치된다. 영결식은 27일 오전 10시 경내 도원암 앞에서 봉행된다. 055-883-1901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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