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여권-트래블 버블 기대감… 슬슬 여행 짐 싸볼까

사지원 기자

입력 2021-03-24 03:00 수정 2021-03-24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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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수요 꿈틀대자 업계 봄바람




직장인 지모 씨(28)는 2년 전 싱가포르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가끔 찾아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제대로 된 여행 한 번 가지 못하는 답답함을 달래기 위해서다. 1년에 최소 2번은 해외여행을 다녔지만 지난해는 국내 여행도 제대로 못 갔다. 지 씨는 “여행 갈 돈을 아껴 비싼 물건도 여러 번 사봤지만 답답함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코로나만 종식되면 해외 어디로든 떠나겠다”고 말했다.

○ 비격리 여행 논의에 여행 수요 증가

주요 국가의 백신 접종과 트래블 버블(비격리 여행 권역)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꿈틀거리고 있다.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해외여행 수요가 급격히 폭발할 것이란 희망이 커지며 여행·면세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주변 국가들과 트래블 버블 관련 실무 차원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래블 버블은 코로나19 방역이 잘되는 지역 간 안전막(버블)을 만들어 서로 여행을 허용하는 협약이다. 논의 국가와 방역 조건 등이 아직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싱가포르, 대만, 태국 등으로 추정되고 올해 상반기에 협정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트래블 버블은 지난해 7월 발트 3국(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이 상호관광을 위해 도입했고 싱가포르, 홍콩도 최근 확진자가 늘기 전까지 도입했다. 이 제도를 시행하면 양국을 오갈 때 코로나19 검사를 생략하고 자가 격리 기간도 없애거나 줄여준다. 대만과 남태평양 팔라우는 다음 달 1일부터 트래블 버블을 시행한다. 미국, 중국, 이스라엘 등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백신 여권’을 소지한 사람에 한해 국가 간 이동을 허용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동남아나 괌 등 가깝게는 올해 7월부터, 내년부터는 훨씬 더 많은 국가를 더 자유롭게 오갈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 자가 격리 해제 예상한 여행상품 내놓기도

해외여행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최근 여행업계에서는 ‘자가 격리 해제 시점’을 염두에 둔 해외여행 상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이런 상품들은 해외여행이 재개돼 가격이 급등하기 전에 미리 선점하려는 고객이 몰리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여행사 참좋은여행은 예약금 1만 원으로 자가 격리 규정 완화 이후 출발할 수 있는 해외여행 상품을 미리 예약받았는데 6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동일한 형식인 인터파크의 베트남 빈펄 리조트 숙박권도 1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성균관대 사회학과 구정우 교수는 “코로나 종식 이후 여행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략적 소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여행객 감소로 인한 타격이 컸던 면세업계도 움츠러들었던 소비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보복 소비’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면세점은 해외여행 재개를 대비해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회원에게 VIP 혜택을 주는 등 고객제휴 마케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면세점 매출은 38% 급감해 2009년 이후 첫 역성장을 보였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저렴한 예약금이 수익에 당장 도움이 되진 않지만 고객이 여행사를 잊지 않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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