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업계도 ESG 경영 붐 “연기없는 제품 비중 확대”

민동용 기자

입력 2021-03-24 03:00 수정 2021-03-24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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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궐련형 전자담배 집중




세계 최대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이 지난달 “2025년까지 순매출(net revenue·담배소비세 등을 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연소(非燃燒) 제품 비중을 50% 이상으로 하겠다”고 선언하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담배업계 역사상 가장 야심만만한 홍보(pitch)’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PMI 순매출의 비연소 제품 비중은 23.8%였다. 담배업계를 지탱해온, 불에 태워 연기를 내뿜는 일반 담배(연초담배) 대신, 가열해서 증기가 나오는 궐련형 전자담배 위주의 비연소 제품을 미래 주축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일반 담배에서 비연소 제품으로의 전환이라는 담배업계의 큰 트렌드는 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분야의 성취를 주요 경영지표로 보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투자에 영향을 받았다. ESG 투자는 지난해 상반기 전 세계 자산 규모가 40조5000억 달러(약 4경5000조 원)나 될 만큼 급성장했다. 담배의 해로움 때문에 ESG 투자의 눈 밖에 났던 담배업계도 새로운 투자 트렌드와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 욕구를 반영해 ‘덜 해로운’ 대체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PMI는 2008∼2019년 연구개발(R&D)에 약 8조 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7월 PMI의 궐련형 전자담배(아이코스)를 ‘인체에 대한 유해물질 노출이 감소한 제품(MRTP)’으로 인가했다. FDA는 △담배를 태우지 않고 가열했으며 △해롭거나 해로울 수 있는 화학물질(HPHC) 배출이 매우 줄었고 △일반 담배에서 완전히 갈아타면 HPHC 노출이 크게 감소한다는 정보를 아이코스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그러면서 “대중의 건강에 혜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과학적 증거가 있다”고 했다. 액상형 전자담배 만큼은 아니지만,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에 비해 유해물질 함유량이 물질별로 80∼95% 적다는 연구는 꽤 된다. 담배업체 자체 연구가 많지만 독립적 조사 결과도 있다.

영국 업체 BAT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담배 대체재의 폭을 넓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BAT는 2030년까지 비연소 제품 소비자를 5000만 명까지 늘리겠다고 지난해 발표했다. PMI도 2025년까지 흡연자 4000만 명을 비연소 제품 소비자로 바꾸겠다고 했다. ESG 투자의 대가인 로버트 에클스 영국 사이드 경영대학원 초빙교수는 이 목표가 달성된다면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각국의 광고 규제가 풀릴 것으로 예측했다.

KT&G도 2019년 비연소 제품 사업을 담당하던 제품혁신실을 NGP(Next Generation Product)로 격상시키고 그해 230억 원을 R&D에 썼다. 지난해 1월에는 PMI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궐련형 전자담배 ‘릴’의 해외 진출에 PMI 유통망을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담배업계의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국내 전자담배 규제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떤 담배든 담배는 모두 해롭다’는 이분법에만 머물면 흡연자가 ‘가장 해로운’ 일반 담배만 피우게 될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위해 저감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근거와 흡연자의 흡연 행태에 대한 적극적 연구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금연 정책과 규제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정부는 먼저 (궐련형 전자담배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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