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이 된 아틀리에…‘1세대 조각가’ 최만린 기획전시 ‘해와 달: 일월’[청계천 옆 사진관]

김동주기자

입력 2021-03-23 17:09 수정 2021-03-2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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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린 작가의 드로잉 작품으로 형상화한 해와 달: 일월 전시회 포스터

작가의 아틀리에를 미술관으로 조성해 관심을 끈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이 2021년 올해 첫 기획전시로 조각가 최만린의 [해와 달:일월] 전을 열고 있습니다. 3월 23일부터 6월 26일까지입니다. 작년에 타계한 조각가 최만린의 조각 작품 16점과 드로잉 3점이 선보입니다. 전시는 무료입니다.1970년대 초기부터 ‘천지(天地)’시리즈와 함께 깊은 애정을 갖고 작업했던 ‘일월(日月)’ 연작이 소개됩니다.1990년대 이후 대표작인 (0) 시리즈 중에서도 특히 ‘해’와 ‘달’을 부제로 삼은 작품들이 중점적으로 선보입니다. 최만린의 작품에서 ‘해와 달(日月)’은 작가의 관심주제인 ‘생명력’의 근원이자 순환의 창조적인 에너지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청계천 옆 사진관]해와 달:일월 전시 1970년대 초 작품,일월(日月)71-7,1971=1960년대 말 추상으로의 본격적인 변화를 탐구 하던 시기 이후,우주 만물의 원리이자 생명의 근원을 나름의 방법으로 조형화한 시기/사진제공=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
1970년대 초 작품,한지에 먹과 그림,D-71-5,1971=1960년대 말 추상으로의 본격적인 변화를 탐구 하던 시기 이후,우주 만물의 원리이자 생명의 근원을 나름의 방법으로 조형화한 시기/사진제공=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
미술관1층 중앙에 있는 조각작품/김동주기자 zoo@donga.com
[청계천 옆 사진관]해와 달:일월 전시 1990년대 중반 이후 작품: 해와 달(日月)96-1-1,1993,공공 조형물 제작을 위한 주제로 종종 등장하는 ‘해와 달’의 의미를 통해 생명의 가치와 민족의 소망,순환사상의 의미를 살펴봄/김동주기자 zoo@donga.com
[청계천 옆 사진관]해와 달:일월 전시 1990년대 중반 이후 작품: 0 99-7-1,1999 달빛(맨왼쪽 작품),공공 조형물 제작을 위한 주제로 종종 등장하는 ‘해와 달’의 의미를 통해 생명의 가치와 민족의 소망,순환사상의 의미를 살펴봄/김동주기자 zoo@donga.com
[청계천 옆 사진관]해와 달:일월 전시 ‘0 ,또 다른 해와 달’=일월의 의미와 철학적 배경이 작품 세계 전반에 어떻게 담겨져 있는지 살펴봄.작품과 넓은 창을 통해 비춰진 빛이 작품상의 묘미를 더 한다.김동주기자 zoo@donga.com
[청계천 옆 사진관]해와 달:일월 전시 미술관 입구 정원에 조각 작품 ‘태胎’(앞 쪽)와 맥脈이 전시되어 있다./김동주기자 zoo@donga.com
“최만린 작가는 우리나라 미술교육 1세대로서 그동안 익혀왔던 서양의 전통조각 교육 방식인 인체를 벗어나기로 결심하면서 우리 조각의 근원을 연구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모필(毛筆) 즉 붓을 만나게 되는데 모필은 서양의 펜과 달리 그 끝이 부드럽고 마음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몰입과 기(氣)의 응집이 필요합니다. 붓으로 찍은 점은 ‘점’이자 ‘면’이고 처음과 끝을 구분 짓기 어려워, 경계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포용하고 순환함을 의미하는데 그것을 동양만의 문화와 철학의 특징으로 이해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인체 조각을 놓고 <천지>, <일월>로 작업을 전환해가면서 작가는 서구식 합리주의에 근거한 이념과 생각 등으로 무장하기를 거부하고 살아있는 감정과 경험으로 작업을 하기를 결심하게 됩니다. 최만린 작가에게 <일월>, <천지> 시리즈는 진실한 삶에 다가가는 조각을 하겠다는 다짐인 셈입니다. 우리의 민간 신앙과 동양적 우주관에 대한 관심은 본질과 근본에 집중하고자 하는 마음을 통해 추상적인 형상으로 작업을 시도하게 합니다. 추상이지만 마음의 알맹이기 때문에 울림이 있는 것입니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깊은 관심, 변화와 순환의 과정 안에 담긴 음양의 조화 이러한 것들이 최만린의 작품에 발견할 수 있는 조형세계의 핵심이고 그 처음 걸음에 <일월>과 <천지>가 놓여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와 달:일월] 전시회를 기획하고 준비한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 이유선 학예사의 말입니다.


젊은 시절 조각 작업중인 최만린 작가/ 사진제공=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
최만린은 한국에서 미술교육을 받은 현대 조각 1세대 작가입니다. 1935년 서울에 태어나서 1958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했습니다. 1967년부터 모교인 서울대에서 미술대학 교수로 있었고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말년에 자택이자 작업실에서 상념에 빠져있는 최만린작가/사진제공=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
미술관안에 최만린 작가의 작업실 공간이 재현되어 있다.김동주기자zoo@donga.com
조각가 최만린은 서울 성북 정릉동에서 1963년부터 2020년 별세할 때까지 살았습니다. 미술관 터인 정릉동716-16번지에는 1988년부터 작업실로 사용해왔고 그 이전에 바로 옆집인 716-17번지에서는 살림을 살고 있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지금의 미술관 자리로 살림집과 작업실을 합했다고 합니다. 30년 이상 정릉동에서 거주하면서 작품활동을 했습니다. 그야말로 성북 정릉동의 예술가입니다.

서울시 성북구 솔샘로7길 23(정릉동)에 있는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
최만린미술관은 서울시 성북구 정릉동에 있습니다. 정릉동은 박고석,이중섭,한묵등 미술가뿐만 아니라 박경리,박화성 차범석등 문학가,금수현 김대현 등 음악가들이 살았던 예향이라고 합니다. 정릉동 주택가 골목길에 있는 최만린미술관은 주차공간이 없어 차량 접근성은 떨어집니다.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가야 합니다.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은 성북구에서 최만린 작가의 자택을 매입하고, 작가가 기증한 126점의 작품과 127권이 넘는 작가자료로 만들어진 공공미술관입니다.1988년부터 2018년까지 30년간의 최만린 작가의 개인의 역사와 작품 활동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있는 공간입니다. 2020년에는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사진·글=김동주기자.z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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