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있는 4월, 전기료 인상 제동 건 정부

세종=구특교 기자

입력 2021-03-23 03:00 수정 2021-03-23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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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올라 kWh당 2.8원 인상요인
연동제 도입에도 ‘유보 권한’ 발동
전문가 “3분기부터 인상 불가피


정부가 국제유가 상승에도 올해 2분기(4∼6월) 전기요금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민 부담이 커진 점 등을 고려해 올해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 적용을 유보한 것이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3분기(7∼9월) 이후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한국전력은 2분기 연료비 조정요금을 1분기(1∼3월)와 같은 kWh당 ―3원으로 책정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2분기 연료비 조정요금은 1분기보다 kWh당 2.8원 오른 ―0.2원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부터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돼 2분기에 오른 석유,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전기연료 구매 비용이 요금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동결’을 결정했다.

지난해 월평균 350kWh를 사용하는 4인 가족의 경우 연료비 연동제가 처음 도입된 1분기에는 연료비가 내려 월 5만4000원을 전기요금으로 냈다. 2분기에는 연료비가 올라 전기요금이 연동제 시행 전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에도 월 5만4000원으로 요금이 동결됐다.

한전에 따르면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연료비 단가 조정 요인이 발생했으나 겨울 이상 한파로 LNG 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등한 영향을 즉시 반영하지 않고 유보하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 생활의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며 유가 급등 등 예외적 상황이 발생할 때 과도한 요금 인상을 막는 안전장치로 요금을 조정할 수 있는 ‘유보 권한’을 마련해 뒀다. 연동제 도입 3개월 만에 이 유보 권한을 적용한 것이다.

정부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 이후 예상보다 빨리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하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농산물 등 ‘밥상물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까지 용인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2011년에도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다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포기한 바 있다.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서민들은 당장 전기요금 인상을 피하게 됐다. 하지만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 3분기 이후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연료비 연동제를 무력화하는 일관성 없는 정책이 요금 제도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특정 시점에 요금 인상 요인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자마자 전기요금 인상을 동결하면 전기요금 체계가 제대로 자리 잡기 힘들다”며 “국제유가가 오르는 추세여서 장기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날 한전 주가는 전기요금이 동결됐다는 소식에 4.76% 내렸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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