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 남성 비결? 따라하지 말고 편하게 입어라”

황태호 기자

입력 2021-03-23 03:00:00 수정 2021-03-23 10: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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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트렌드]패션 디자이너 닐 바렛 인터뷰
‘테일러링 교과서’로 불렸지만
코로나 경험뒤 유연한 핏 선보여
“입는 사람이 편해야 멋지게 보여”


닐바렛 ‘2021년 가을겨울 컬렉션’. 닐 바렛의 정체성인 간결함과 하이브리드(다양한 소재의 결합)를 살리면서 여유 있는 핏으로 실용성을 더했다. 코오롱FnC 제공

1990년대 초,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프라다의 파트리치오 베르텔리 회장(미우차 프라다의 남편)은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프라다도 이제 남성복을 만들어야죠. 내가 이끌겠습니다.” 이 편지를 보낸 구찌의 어시스턴트 디자이너가 프라다의 남성복 디렉터 자리로 옮긴 1995년, 그의 나이는 30세였다. ‘테일러링(남성의 몸에 꼭 맞도록 재단하는 것)의 교과서’로 불리는 디자이너 닐 바렛(56·사진) 이야기다.

영국 남서부의 데번주 출신인 그는 1991년 영국 왕립예술학교 졸업전시회에서 구찌 디자이너로 발탁됐다. 5년 후 프라다로 옮겨 남성복을 성공적으로 론칭한 바렛은 1999년 이탈리아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선보였다. 간결한 재단과 딱 떨어지는 핏의 디자인이 특징으로 브래드 피트, 콜린 퍼스, 이완 맥그리거, 강동원, 류승범 등 세계의 패셔니스타들이 즐겨 입는다. 최근 ‘2021년 가을겨울 컬렉션’을 발표한 그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새 컬렉션에서 바렛은 미니멀한 브랜드 정체성은 지키면서도 기존보다 훨씬 여유롭고 유연해진 핏을 선보였다. 영국 군복 재단사였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그에게 “가장 멋있는 남성패션은 군복”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재택문화는 그의 디자인에도 변화를 줬다. 바렛은 “작년 코로나19 확산의 경험을 반영해 디자인에서 보다 편안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패션 전문지 보그는 닐 바렛의 이번 컬렉션에 대해 “그가 테일러링을 개방했다”고 표현했다.

까마귀 패턴은 닐 바렛이 어릴 적 고향(영국 데번)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까마귀에서 영감을 받았다. 코오롱FnC 제공


이번 컬렉션에서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또 다른 디자인 요소는 ‘까마귀’ 패턴이다. 특히 국내에서 닐 바렛은 번개모양(선더볼트) 패턴으로 인기가 높은데, 이번 컬렉션에는 까마귀 모양 패턴이 새로 나왔다. 바렛은 “까마귀 패턴은 데번에 있던 어린 시절 집 근처에서 찍은 까마귀 사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르던 중 어릴 적 사진을 발견했다고 한다.

바렛은 다양한 소재를 섞는 ‘하이브리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스포츠웨어에 쓰이는 소재에 테일러링을 접목하는 식이다. 프라다에서 남성복을 디자인할 때, 고급 패션에서는 처음으로 코어텍스 소재에 테일러링을 결합했다. 그는 “프라다에서의 경험이 내 스타일에 대한 방식을 결정하게 됐다”고 했다.

바렛은 “한동안 제대로 차려입을 일이 없었지만 이제 옷장 앞에서 다시 멋지게 옷을 차려입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옷을 잘 입는 남성’이 되는 비결로 편안함과 무심함을 꼽았다. 상황에 따라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 알아야 하지만, 너무 신경 쓴 것처럼 보이는 건 좋지 않다는 것. 항상 자신이 좋아하는 옷을 입고 편안하게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

“절대 패션쇼의 룩이나 다른 사람의 차림을 그냥 따라 하지 마세요. 당신이 편안함을 느낄 때만 다른 사람들도 당신을 있는 그대로 멋지게 볼 테니까요.”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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