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화 하루만에 15% 급락… 금융시장 ‘터키 쇼크’ 재연되나

박희창 기자 ,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입력 2021-03-23 03:00 수정 2021-03-23 13:4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중앙銀 총재 넉달만에 교체로 촉발… 달러-리라 환율 사상최저치 육박
통화정책 불안정-투자자 신뢰 훼손… 국내 증시도 오전 한때 영향 받아


터키 리라화 가치가 하루 만에 15% 급락했다. 리라화 가치가 역대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지자 금융시장 일부에서는 3년 전 터키발 금융시장 불안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달러-리라 환율은 전 거래일에 비해 15% 상승(리라화 가치 하락)한 8.485리라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해 11월 사상 최고치(8.58)에 육박한 수준이다. 리라화 가치 하락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4개월 만에 중앙은행 총재를 교체하면서 촉발됐다. 통화 정책과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터키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리면서 통화 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맥스 린 냇웨스트마케츠의 신흥시장 통화전략가는 “외국인 투자가들은 낮은 금리와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예상하며 채권 등 터키 자산을 팔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경질된 중앙은행 총재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반대에도 취임 직후 10.25%였던 기준금리를 19%까지 끌어올렸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리라화 급락이 오전 한때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지금은 2018년 터키발 금융시장 불안과는 다른 상황이지만 오늘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등 일부 신흥국 환율은 약세를 보였다. 리라화 가치 하락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 개헌으로 2033년까지 장기집권 토대를 연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는 부자만을 보호하는 시스템이며 인플레이션의 원인”이라고 밝히면서 중앙은행 외환 정책에 수시로 개입해 왔다. 주류 경제학과 달리 인플레이션 원인을 고금리에서 찾고, 정부가 중앙은행에 과도하게 관여하는 그의 경제 정책 스타일을 두고 ‘에르도가노믹스(Erdoganomics)’라는 용어까지 만들어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9년 7월엔 금리 인하를 거부했다는 이유를 들어 무라트 체틴카야 당시 중앙은행 총재를 경질한 바 있다. 2018년 8월 미국이 자국 목사가 터키에서 간첩 혐의로 장기 구금된 것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터키산 철강 제품에 대해 관세율을 올리면서 리라화가 폭락했을 때 체틴카야 전 총재는 그해 9월 금리를 24% 올리고 줄곧 동결했기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며 그를 공격했다.

후임인 무라트 우이살 총재도 4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지난해 11월 경질됐다. 뒤를 이어 취임한 나지 아발 총재 역시 4개월 만인 20일 경질됐다. 이번 해임은 18일 기준금리를 17%에서 19%로 올린 것과 관련이 높은 것으로 외신들은 보고 있다.

박희창 ramblas@donga.com /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