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투기의혹, 떨어지는 文 지지율

황재성기자

입력 2021-03-22 11:53 수정 2021-03-2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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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며 마스크를 벗고 있다. 2021.03.22. 양회성기자 yohan@donga.com
LH 직원 땅 투기 의혹 제기 이후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사례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투기 의혹 대상도 LH 직원을 넘어서 청와대 직원과 여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 공직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의 수사 범위도 1,2기 신도시 때보다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의 장기화와 함께 대대적인 후폭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이미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일부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 쏟아지는 공직자 부동산투기 의혹
17일 서울 강남구 LH 서울본부의 모습. 2021.3.17/뉴스1 © News1
LH 직원 땅 투기 의혹이 처음으로 제기된 2일 이후 22일까지 20일 남짓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신문과 방송, 인터넷 언론 등에는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투기 의혹 대상도 이번 사태를 촉발한 LH 직원에 국한되지 않고, 청와대 직원부터 여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시의원, 국회의원 보좌관 등 다양하다. 특히 청와대 경호처에서 근무 중인 4급 과장급 직원은 LH에 근무하는 가족과 공동으로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광명시 땅을 매입한 사실이 확인돼 대기발령 조치를 받아 충격을 줬다.

그의 땅은 왕복 6차로 도로 인근에 있지만 도로와 연결된 길이 컨테이너 가건물과 비닐하우스 등에 막혀 사실상 맹지(盲地)나 다름없다. 땅을 이용하기에 불편하고 실수요자라면 구입을 꺼릴 수밖에 없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의혹을 받고 직원은 청와대에 “퇴직 뒤에 부모님을 부양하고자 공동 명의로 토지를 매입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과 위법성 판단을 위해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관련 자료를 전달했고, 특수본은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투기 의혹에 대한 엄정한 조치 등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여왔던 여야는 물론 무소속 국회의원과 시의원 등 정치인들도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배우자, 모친, 자녀 등의 이름으로 신도시 예정지 토지를 매입했거나 지분 형태로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 투기 혐의를 받고 있다.


● 이번 조사는 공직자가 핵심 타깃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 최승렬 경찰청 수사국장이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투기 의혹이 확인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지방공기업 직원 총 23명에 대한 행정안전부의 수사 의뢰를 앞두고 수사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3.19/뉴스1 (서울=뉴스1)
이에 따라 이번에 제기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11일 출범한 특수본은 1기 신도시 투기사범 조사(수사총괄조직·부동산투기사범 합동단속본부)나 2기 신도시 때(부동산투기사범 합동수사본부)보다 광범위한 수사를 장기간에 걸쳐 진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1기와 2기 때는 모두 해당 신도시 지역 내 부동산 투기 사범 단속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 반면 이번에는 3기 신도시는 물론 전국의 주요 공공 부동산 개발 사업과 관련한 투기 의혹을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이번 3기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특수본에 경찰청과 국세청, 금융감독위원회, 국토부 등 770명 등이 참여한 매머드급 수사 조직을 만들었다. 또 15일부터는 경찰신고센터 운영 중이다. 주요 신고 대상은 △공무원 또는 공공기관 직원의 내부정보 부정 이용행위 △부동산 투기행위 △부동산시장 교란행위 등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22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부는 아프더라도 더 나은 사회, 더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로 가기위해 어차피 건너야할 강이고 반드시 넘어야할 산이라는 각오로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정부는 각계의 의견을 들어 고강도의 투기 근절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강도 높은 투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특수본은 19일 기준으로 내사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은 61건이며, 인원은 309명에 달한다고 22일 밝혔다. 이 가운데 공직자는 72명이다. 여기에는 정부합동조사단이 2차 조사를 통해 의뢰한 23명과 청와대 경호처 직원 1명은 빠져 있다.

61건 중 3기 신도시 관련 사건은 23건, 81명이다. 나머지는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투기 의혹들이다. 특수본을 이끌고 있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은 또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고발이 접수된 고위 공직자가 있어 내사를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 1,2기 신도시는 일반 투기사범에 초점
반면 1,2기 신도시 수사 조사는 해당 지역의 부동산 투기 단속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1기 신도시 지역을 대상으로 부동산 투기사범 수사를 이끈 합동단속본부는 검찰과 경찰, 국세청 등이 참여해 1990년 2월부터 11월까지 10개월 간 운영됐다. 그 결과 1만 3000여 명의 투기 사범을 적발하고, 988명을 구속했다. 이 가운데 공직자는 131명이었다.

당시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분당신도시 개발도면을 빼내 판 한국토지개발공사(현재의 LH)의 한 간부는 부동산업자에게 분당 등 택지개발예정지구 2곳의 개발계획 도면과 관련 자료를 복사해 1100만 원을 받고 넘겨준 사실이 적발됐다. 또 다른 직원은 개발정보를 이용한 상습 땅 투기로 무려 50억 원대의 재산을 모은 것으로 드러났다.

2기 신도시 지역 투기사범 수사를 맡았던 합동수사본부는 검찰, 경찰, 국세청, 건설교통부(현재의 국토교통부) 등이 참여해 2005년 7월부터 12월 말까지 6개월 간 가동됐다. 이를 통해 1만 5558명의 투기사범을 적발하고 455명을 구속했다. 이 중 공직자는 27명이다.

합동수사본부가 수사를 끝낸 직후인 2006년 1월 초 발표한 보도자료와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투기자들은 의사, 변호사, 대학교수, 세무사 등 전문직업은 물론이고 공무원, 프로스포츠선수, 자영업자, 농민, 주부 등 다양하게 분포돼 있었다.

특히 부동산 관련 공무원들은 기획부동산업체로부터 토지 분할측량 및 지목변경 절차 등의 편의를 제공하거나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고, 사례로 금품을 받았다. 부동산업자에게 10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건교부 5급 공무원이 대표적이다. 또 일부 공무원은 투기 세력과 결탁해 투기행위를 조장하는 사례도 있었다.

● 떨어지는 지지율, 커지는 후폭풍
한편 연일 터져 나오는 부동산 투기 의혹은 정권 말기에 터진 초대형 악재로 작용해 레임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15~19일까지 성인남녀 2510명 대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긍정 평가)을 조사한 결과 지난주 대비 3.6%포인트 하락한 34.1%를 기록했다 반면 부정평가는 4.8%포인트 상승한 62.2%로 조사됐다.

긍정평가는 현 정부 들어 최저치, 부정평가는 최고치를 보인 것이다. 긍·부정 평가 간 격차도 28.1%포인트로 최대치를 나타냈다. 직전 최저치는 지난 1월1주차 조사 때 60.9%였다.

지지율 하락폭은 대구·경북(9.3%포인트↓), 광주·전라(5.8%포인트↓), 30대(5.8%포인트↓), 50대(5.7%포인트↓)에서 크게 나타났다. 이밖에 대전·세종·충청, 부산·울산·경남, 인천·경기, 서울 등 전 지역에서 고르게 하락세를 보였다. 민주당 지지층(2.6%포인트↓)과 열린민주당 지지층(2.3%포인트↓)에서도 지지율이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이후 쏟아져 나온 각종 부동산 투기 의혹과 공시가격 폭탄 발표 등으로 부동산 민심이 돌아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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