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민평기 상사 모친 “세월이 갈수록 억울하고 분한 마음”

신규진 기자

입력 2021-03-22 03:00 수정 2021-03-2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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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에 “천안함 피격 누구 소행?” 물었던 故민평기 상사 모친
아들 떠나보낸 3월 되면 恨맺혀… 형은 “文대통령, 北에 사과 요구하고
죽음 왜곡 음모론 적극 대응해야”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씨가 2019년 3월 22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4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을 마친 뒤 천안함 46용사 묘역에 있는 아들의 묘비를 어루만지며 울먹이고 있다. 대전=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북한에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

천안함 피격 희생자인 고 민평기 상사의 형 광기 씨(51)는 1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천안함 피격이 북한 소행이라는 점을 추모사에 언급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26일은 2010년 서해를 지키던 천안함이 46용사와 함께 수심 40m 아래 바닷속으로 침몰한 지 11주기가 되는 날이다. 올해는 특히 천안함 피격 기일과 2016년부터 3월 넷째 주 금요일에 치러지는 ‘서해수호의 날’이 처음으로 겹치는 해. 26일 서해수호의 날 행사는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천안함 피격 11주기 추모식은 해군 2함대 주관으로 각각 열린다.

지난해 3월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당시 광기 씨 가족들은 어머니 윤청자 씨(78)가 단상 앞으로 걸어 나갈 줄은 예상치 못했다. 윤 씨는 당시 헌화하던 문 대통령에게 “이게 북한 소행인가, 누구 소행인가 말씀 좀 해주세요”라고 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 입장에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광기 씨는 자리로 돌아온 어머니 표정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어머니의 굳은 표정엔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세월의 한이 서려 있었다”고 회상했다.

윤 씨는 18일 “1년이 지났지만 변한 건 (나빠지는) 건강뿐”이라고 했다. 2010년 영결식에서 당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에게 “북한에 왜 퍼주십니까”라며 일침을 놓고, 아들의 사망보험금 1억 원을 국가안보를 위해 써달라며 청와대에 전달한 굳센 어머니였지만 “주변에서 독해서 오래 산다고들 했는데 이젠 힘이 부친다”고 했다. 여전히 아들을 떠나보낸 3월만 되면 마음이 불안해지고, 장롱 속 민 상사의 옷가지들을 볼 때마다 눈물을 훔치는 게 일상이 됐다. 윤 씨는 “세월이 가면 갈수록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도 유족들을 힘들게 하는 건 좌초설 등 끊이지 않는 음모론이다. 광기 씨는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면 처벌할 수 있는 법도 만들어졌는데, 아직도 죄 없이 희생된 내 동생의 죽음을 왜곡하는 이들에 대해 정부가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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